내가 맨 처음 뮤지컬을 본 건, 어릴 적 엄마와 남동생과 손잡고 <헨젤과 그레텔>를 보러 갔던 일이다. 그리고 그 후엔 거의 본 적 없다가 고3 수능 끝나고 학교에서 단체로 <지하철 1호선>을 보러갔다. 그리고 대학생 때 혜화동 대학로에서 연극을 많이 보았는데 그러다가 점차 다시 뮤지컬로 관심을 넓혔다. 그리고 대학생 때 처음 본 뮤지컬이 <캣츠>였다. 썩 좋은 자리는 아니어서 조금 관람하는 데 피곤함이 느껴졌었다. 게다가 영어로 진행되니 자막을 보느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이 모두 같은 해에 홍콩을 간 적이 있는데 엄마는 홍콩에서 본 중국 공연이 더 멋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나는 <캣츠>의 <메모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좋았다. 그 외에도 <캣츠>의 넘버 한 곡 한 곡이 너무 좋아서 집으로 돌아와서 계속 반복해서 들었었다.
그 후에 본 건, 임용시험이 끝나고 본 <맘마미아>였다. 미리 티켓을 구하지 못해서 수원까지 가서 봤던 공연이다. 영화로도 이미 본 적 있어서 줄거리도 대강 알고 한국어로 진행되어서 재밌게 봤다. 엄마와 남동생과 봤는데 엄마가 ABBA의 팬이었어서 엄마도 캣츠와는 비교가 안되게 무척 즐거웠다고 말씀하셨다. 여담이지만 눈이 펑펑 내리던 날 갔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빙판길에서 교통사고가 날 뻔 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으로 본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처음 혼자 본 뮤지컬이었는데 가스통 루르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너무 재밌게 읽은 지라 꼭 앞자리에서 보고 싶어서 VIP석으로 예매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친구가 재밌다며 빌려주었는데 정말 내가 마치 여주인공 크리스틴이 된 것처럼 몰입하며 읽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파리의 오페라하우스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입구에서 제지당해 무척 아쉬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파리 여행의 마지막날에 캐리어를 들고 갔는데 캐리어가 있으면 입장이 안된다고 거절당한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샤롯데씨어터에서 보고 직장이 있던 산촌마을로 돌아온 날, 아무도 없는 밤늦은 시각, 사택에서 반복해서 넘버를 부르며 희열에 빠져들었었다.
뮤지컬을 좋아하게 되면서 이미 관람한 <캣츠>, <오페라의 유령>을 포함해서 세계 4대 뮤지컬인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도 꼭 보고 싶었고 결국 그 바람을 이루었다. <레미제라블>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보았는데 추운 겨울, 히터바람에 잠이 들어서 조금 후회가 되는 관람이었다. <미스 사이공>은 인천에서 보았는데 대대적인 홍보처럼 헬리콥터신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엇보다 베트남 여성 킴과 미군 크리스의 사랑과 이별이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미스 사이공>의 유명한 넘버, <The Last Night of The World>의 절절한 가사와 멜로디는 비극적인 결말을 생각하면 너무 애달파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슬퍼진다.
그 후에 본 뮤지컬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봤던 <위키드>이다. 한국에서 보지 않은 뮤지컬을 보려고 한건데 분위기는 너무 즐거웠으나 내용 이해를 잘 못해서 한국에서 교원 뮤지컬 동호회에서 공연한 초청 뮤지컬로 다시 보았다. 런던은 뮤지컬마다 전용극장이 따로 있어서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 런던에서 공연하는 모든 뮤지컬을 다 보고 싶다는 꿈도 꾸어보았다.
다음으로는 <안나 카레니나>를 보았는데 옥주현 배우를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어서 보고 싶었지만 표를 구하기가 어려워 정선아X이지훈 주연의 회차로 보게 되었지만 무척 만족스러웠다. 가기 전에 톨스토이의 원작 소설도 읽고 영화도 보고 갔는데 여러 미디어를 활용하여 실감나게 재현이 되어서 무척 즐겁고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안나가 기차에 뛰어드는 신도 극적으로 표현되었다.
다음으로는 <라이온킹>을 보았는데 해외 뮤지컬임에도 이미 디즈니 영화를 통해서 줄거리와 넘버가 익숙해서 아주 재밌게 보았다. 한국 투어라서 그런지 한국적인 요소도 가미해서 왠지 뿌듯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런던에서 <라이온킹> 뮤지컬을 못 본게 조금 한이 되었는데 그 한을 해소시켜주었다.
여주인공 에스메랄다는 세 남자의 사랑을 받지만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하는데 나는 세 남자 그 누구도 에스메랄다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다. 사랑에 관해 생각해보는데 아주 의미있는 뮤지컬이었다. 이 뮤지컬이 재밌어서 <노틀담의 꼽추> 애니메이션도 보았는데 다소 싱거웠다. 언젠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도 읽어볼 생각이다.
<지킬 앤 하이드>는 그 유명한 넘버, <지금 이 순간>을 좌석에서 보지 못해 무척 후회가 되었다. 소설 <돈키호테> 원작인 <맨 오브 라만차>는 뮤지컬 스토리보다 뮤지컬 넘버가 더 기억에 많이 남았다. <엘리자벳>은 여주인공 엘리자벳에 감정이입하며 보았는데 황제인 남편이 너무 유약하고 우유부단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어머니에 휘둘리는 남편 때문에 고생한 엘리자벳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지혜 배우 주연의 뮤지컬로 보았는데 <나는 나만의 것>이라는 넘버가 좋아서 몇 번이고 따라 불렀었다.
그리고 최근에 본 뮤지컬은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영웅>이다. 국내 창작 뮤지컬이면서 그것도 한국의 독립운동가를 다뤘다는 점이 무척 자랑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일본에서 사형선고 받은 후 고뇌와 불안에 찬 모습은 정말 가슴 저리게 했다. 그럼에도 당당한 절개를 보여준 안중근 의사는 진정 우리나라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이 좋아서 관내 내신 희망서에 뮤지컬 연구학교를 1지망으로 쓴 적도 있는데 결국 2지망인 교생실습학교로 발령이 나서 조금 속상하고 슬펐었다. 후에 경기도로 파견와서 뮤지컬 동호회에서도 잠시 활동했지만 학교를 휴직하는 바람에 중간에 그만두어서 같이 연습한 팀원들에게도 미안하고 무척 후회되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창작 뮤지컬인 <빨래>를 준비했었는데 그때 제일 많이 부른 <서울살이 몇핸가요?>는 아직도 너무 좋아하는 곡이다. 뮤지컬 <빨래>를 보러 가기도 했었는데 내가 언제 또 뮤지컬을 공연해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뮤지컬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비웃은 사람들도 있고, 이해못해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누구에게 의존하지도 않고 스스로 즐기는 게 무슨 잘못일까? 참고로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EBS강의 중에 박칼린의 뮤지컬 강의도 있다. 나는 대학원 과제하다가 필이 꽂혀서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뮤지컬에 대한 나의 관심사를 양적으로 확대해왔다. 앞으로는 질적으로도 깊이 있게 탐구해보고 싶다. 이상 나의 뮤지컬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