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음악 교과를 가르치면서 알게 됐다. 습작 소설을 쓰면서 이때 감상했던 <사랑의 묘약>를 소재로 활용했고 애니메이션으로 본 적은 있지만 직접 공연을 본 적은 없어서 검색하다 보니 공연까지 보고 오게 됐다. (그런데 정작 소설 내용은 다른 오페라로 수정했다.)
저렴한 가격에 아주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 예술감독이 피아니스트 송영민, 네모리노 역에 박지민, 아디나 역에 권은주가 분했다. 도니제티 원작의 이태리 초원에서 호텔 아디나로 장소를 옮겨 새롭게 재구성한 오페라이다. 지휘자와 관현악의 연주도 직접 볼 수 있고, 배우들의 분장이 화려해서 시각적 재미가 쏠쏠하다. 배우들의 표정연기와 달콤하고 웅장하게 흐르는 아리아도 압권이다.
스토리는 크게 바뀐 부분은 없지만 네모리노의 짝사랑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마음을 시험하기 위해 괜스레 둘까마라의 청혼을 받아들여 질투를 유발하기도 한다. 벨꼬레가 속여서 판 사랑의 묘약을 순진하게 믿는 네모리노는 순수한 열정과 사랑으로 결국 아디나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매우 단순한 스토리 같지만,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스토리가 재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나는 1년간 스토커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에 시달렸었다. 그래서 일도 사랑도 우정도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 아무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불안과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래서 더 이 오페라가 꼭 보고 싶기도 했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니깐. 네모리노에게 모질게 대했던 아디나는 자신의 언행을 후회하고 네모리노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아들인다.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사랑을 시험하기도 했지만, 이 오페라의 주인공이 네모리노인 것처럼 사랑을 시험하려 들기보다 진심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섣불리 질투를 유발하거나 표현을 하지 않으면 오해의 장벽이 영원히 갈라놓을지도 모르니깐….
네모리노에게 사랑의 묘약을 판 벨꼬레는 사기꾼에 불과했지만, 거짓 묘약마저도 효력을 발휘했다고 믿고만 네모리노의 순수함이 결국 사랑을 이루게 해 준 것 같다. 타인을 쉽게 믿을 수 없는 세상이지만, 네모리노처럼 순수한 마음을 다하다 보면 분명 그 마음은 전달되는 것 같다.
다들 진심이라고 말하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말로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마음을 다해 사랑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진심 어린 사랑은 상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