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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람이 아니라 버섯이에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

by 루비
어린왕자 표지.jpg


"아저씨는 엉터리예요. 꽃들은 연약하고 순수해요. 나름대로 자신을 지키는 거라고요. 가시가 있으면 무섭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이 볼트가 끝까지 빠지지 않으면 망치로 쳐서라도 빼야겠다'하고 생각한 찰나인데 어린 왕자가 또 방해했다.

"아저씨는 꽃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만하자! 이제 그만! 나도 몰라! 그냥 아무렇게나 대답한 거야.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잖니."

어린 왕자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중요한 일?"

기계기름으로 범벅된 한 손에 망치를 들고, 비행기 위에 엎드린 내 모습을 바라보며 어린 왕자가 웅얼거리듯 말했다.

"아저씨도 어른들처럼 말하는군요."

나는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어린 왕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아저씨는 모든 것을 혼동하고 있어요. 다 뒤섞였다고요."

어린 왕자는 매우 화가 나 있었다. 그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내가 아는 어느 별에 아주 새빨간 얼굴을 한 남자가 살았어요. 단 한 번도 꽃향기를 맡아 보거나, 별을 바라보거나, 누구도 사랑해 본 적 없는 그런 남자였죠.

그는 온종일 계산만 하면서 아저씨처럼 '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하고 말했어요. 교만으로 가득 찬 그는 사람이 아니라 버섯이에요."

"뭐야?"

"버섯이었다고요!"

어린 왕자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얼굴이 창백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어 왔어요. 양들도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을 먹어왔고요. 그런데도 꽃들이 왜그리 힘들게 가시를 만들어 왔는지 아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요? 양들과 꽃들의 싸움이 어째서 중요하지 않죠? 얼굴이 새빨간 남자가 계산하는 일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오직 내 별에만 있는 꽃 한 송이를 내가 알고 있는데, 그 꽃을 어느 날 아침에 양이 무심코 먹어 버릴지도 모르는데,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고요!"

어린 왕자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말을 이었다.

"오직 하나뿐인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수백만 개의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그는 마음속으로 '내가 사랑하는 꽃이 저 별 어딘가에 있겠지......'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린다면 그에게는 세상의 모든 별이 빛을 잃어버린 기분일 거라고요!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요?"

어린 왕자는 말을 더 잇지 못하더니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어느새 밤이 깊었다. 나는 조용히 연장을 내려놓았다. 망치와 볼트, 갈증과 죽음이 모두 부질없이 느껴졌다. 어느 행성에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이 지구를 찾아온 어린 왕자는 위로가 필요했다. 나는 두 팔로 어린 왕자를 보듬어 안았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이제 위험하지 않아. 네 양에게 입마개를 씌워 줄게. 그리고 꽃에게 보호망을 입히고......"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 자신이 매우 미숙한 존재로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어린 왕자의 마음에 다가가고 그에게 감동을 주며, 그와 한마음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눈물의 나라는 참으로 신비로운 곳 같았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더스토리) 중 42~44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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