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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최척전>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연극 <퉁소소리>를 세종문화회관에서 보았다. 연극을 보고 돌아와서 고전소설인 <최척전>을 읽었다. 이야기가 크게 다른 점이 없고 연극에서 봤던 내용이 생생히 기억나서 좋았다. 연극 <퉁소소리>또한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해서 보는 내내 몰입하여 빠져들었다.
최척전(조선 후기 1621년(광해군 13) 조위한이 지은 고전소설.)
<최척전>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임진왜란 후 다시 터진 정유재란으로 인해 서로 깊이 사랑하는 부부, 최척과 옥영은 갓난 아들 몽석도 잃어버리고 이산가족이 된다. 그렇게 각자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갖은 고생을 하다 베트남에서 기적적으로 재회하는데 둘째 아들 몽선을 낳고 또다시 최척이 전쟁에 끌려가 두 번째 이산가족이 된다. 이에 남편을 기다리다 못한 옥영이 남편을 찾으러 배를 만들어 조선 땅으로 둘째 아들 몽선과 며느리를 데리고 떠나간다. 최척은 기적적으로 정유재란 때 잃어버린 첫째 아들 몽석을 전쟁터에서 아군으로 다시 만나고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에 운명처럼 며느리의 잃어버린 아버지를 만나고 엉키고 엉킨 기구한 인연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연극과 원작 소설을 함께 보면서 고전 소설의 매력에 더욱 푹 빠졌다. 이 소설의 원작자, 조위한은 남원 출신으로 최척이 찾아와 자신의 기구한 삶을 이야기하며 글로 써달라고 부탁받고 쓰게 되었다고 한다.
<최척전>과 연극 <퉁소소리>를 통해서 부부애가 얼마나 질긴지, 인연의 힘에 대해서, 그리고 험난하고 파란만장한 일생에서도 결국 희망을 길어 올리는 민중들의 힘을 엿보았다. 가난한 최척이 전쟁에 끌려갔을 때 옥영의 어머니는 부잣집에 시집가길 바랐지만 옥영은 재산이 아닌 최척의 인물됨을 보고 끝까지 최척을 사모하여 결국 혼인을 하게 됐다. 여러 가지 험난한 여정을 겪고 돌고 돌아 말년에는 기구한 인생을 끝내고 행복한 여생을 보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자신들의 핏줄과 인연을 만나게 되는 과정이 기적처럼 이어진다. 정말로 하늘의 뜻이란 게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감동적인 이야기 한 편으로 인생과 결혼, 인연에 대해서 숙고해 볼 수 있었다. 결국에는 만날 사람은 만나고 이루어질 사람은 이루어지고 하늘이 지어준 운명이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옥영은 배 속에 아기가 생길 때마다 부처님의 꿈을 꾼다. 그러한 신묘한 힘과 운명이란 것이 그들을 여러 번의 이별과 다시 해후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한 것 같다.
고전소설 <최척전>과 연극 <퉁소소리>는 전쟁과 같은 험난한 시기에도 사랑에 대한 믿음과 신의가 있다면 결국 다시 만난다는 것을 아름답게 펼쳐낸다. 널리 알려진 고전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고전소설이 얼마나 훌륭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역사적 배경을 살피면 더욱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 더 많은 우리의 고전들을 찾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