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선택

바이올린과 소설, 그리고 설레는 첫사랑

나의 컨트리로드

by 루비


- 스포일러 있습니다. -


귀를기울이면포스터.jpg

- 스포일러 있습니다. -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귀를 기울이면>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1995년 작품이다.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풍경 묘사와 그림체, 그리고 주제가로 쓰인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는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10여 년 전에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세이지와 시즈쿠, 그리고 세이지의 가족들이 함께 바이올린을 비롯하여 여러 악기를 연주하며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가족애와 그리움의 정서가 물씬 묻어나는 이 장면을 떠올리며 가족, 친구, 지인들을 모아서 악기 연주회를 열고 싶다는 꿈을 그려보며 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게 되었다.



꿈을 향해 나아가며 응원해 주는 이야기



대출.jpg

세이지와 시즈쿠는 둘 다 중학생인 소년과 소녀이다. 세이지와 시즈쿠는 도서관 대출카드에 적힌 이름을 통해 처음 서로를 알게 된다. 누가 누가 더 책을 많이 읽나 경쟁하듯이 책을 빌려 읽다가 이름만 알던 서로를 우연히 실제로 마주치고 바이올린 연주회까지 함께 하게 된다. 시즈쿠가 우연히 들렀던 골동품 가게가 세이지 할아버지의 작업실이었던 것이다.


연주회.jpg


세이지는 시즈쿠에게 자신의 꿈은 이탈리아 크레모나에 가서 바이올린 제작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바이올린 악기 장인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온 세이지를 보고 시즈쿠는 자신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 아닌지 자신감을 잃는다. 세이지는 결국 2개월 수습시간을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고 불안감을 느낀 시즈쿠는 자신도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에 평소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기에 투혼을 발휘해 소설 한 편을 완성해 낸다.


우너고.jpg


이런 시즈쿠에게 세이지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너도 세이지도 이 돌 같은 상태지.

아직 연마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석.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악기를 만들거나 글을 쓰는 건 달라.

자기 속의 원석을 갈고 다듬어야 하지.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야.

...

좋아! 시즈쿠! 네가 믿는 대로 살아보렴.

하지만 남달리 사는 건 쉽지 않을 거야. 누구 탓도 할 수 없거든."


문득 내가 처음 책을 펴냈을 때를 떠올리게 됐다. 시즈쿠처럼 글쓰기를 좋아하고 작가의 꿈을 꾸다가 독립출판으로 처음 책을 펴낸 때. 그때 모르는 사람이 내 책을 많이 구입해 줘서 놀랍고도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해서 기획출판으로도 이어지고 동화도 출간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고 노력할 점이 많다는 것을 시즈쿠처럼 많은 번민과 좌절과 고통 속에서 깨달아갔다. 세이지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꿈을 찾아가는 여정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지만, 오롯이 내 책임이란 것도 받아들이게 됐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물드는 이야기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이 외롭고 쓸쓸하고 힘에 부쳐도 세이지와 시즈쿠처럼 서로를 응원해 주는 존재가 있으면 무척 힘이 날 것 같다.

“이탈리아에 가면 네가 쓴 노래 부르면서 힘낼 거야.”

“나도!”

세이지는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시즈쿠와의 작별 인사에서 시즈쿠의 노래를 부르며 힘을 내겠다고 말한다. 시즈쿠에게 세이지는 너무나도 먼 존재처럼 느껴졌다. 어른스럽고 앞서 나가는 그런 존재. 그렇기에 시즈쿠도 자극을 받고 세이지처럼 노력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길 다짐한다.

“왜? 좋아하면 된 거지. 고백도 받았다며?”

“모든 게 자신 없어.”

“이해가 안 돼. 나라면 편지 주고받으며 서로 격려하며 지낼 텐데.”

“그렇게 뛰어난 애한테 뭘 격려하니?”

“네 말을 들으면 바라는 게 뭔지 모르겠어. 진로가 안 정해지면 연애도 못 하니? 너도 재능 있잖아. ‘컨트리 로드’도 후배들한테 인기야.”

“결심했어. 나 글을 쓸 거야. 쓰고 싶은 게 있어. 그 애가 한다면 나도 해 볼 거야.”

그렇게 해서 세이지가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있는 동안 시즈쿠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소설 한 편을 완성해 낸다. 비록 학교 성적은 엉망이 되었지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낸다. 이를 세이지의 할아버지는 한껏 응원해 준다. 그리고 2개월 뒤, 세이지와 시즈쿠는 다시 만난다.

"할아버지한테 네 얘기 들었어. 내 생각만 하고 응원도 못 해 줘서 미안해."

"네가 있어서 열심히 한 거야. 나를 더 잘 알게 됐어. 나 좀 더 공부할 거야. 고등학교에도 갈 거야."

"저기, 시즈쿠. 나중에 말이야. 나랑 결혼해 줘. 훌륭한 장인이 될 테니 그때..."

"좋아."

"정말?"

"사실 나도 그러고 싶었어."

"정말이지? 야호!"

"잠깐, 바람이 차."

"시즈쿠, 좋아해!"


중학생 시절의 프러포즈가 과연 성인이 되어서도 이루어질지 가늠이 안되지만 세이지와 시즈쿠의 첫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비록 시즈쿠 할아버지의 첫사랑은 전쟁으로 인해 영원한 이별이 되었지만, 세이지와 시즈쿠는 꼭 서로의 손을 놓지 않기를...

명장면


연주회2.jpg

10여 년이 지나서도 강렬히 뇌리에 남아있을 만큼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세이지가 자신이 직접 만든 바이올린으로 곡을 연주하고 시즈쿠가 노래를 부르고 세이지의 할아버지와 다른 가족들, 친구들이 함께 비올, 류트, 리코더, 탬버린 등을 연주하는 장면. 컨트리풍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는 존 덴버의 원곡을 알지도 못했던 내가 이 팝송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요즈음, 아직은 동요를 연주하는 수준이지만, 언젠가 한 번 직접 연주해 보고 싶다.



시즈쿠처럼


"저요. 써보고 알았어요. 의욕만으론 안 돼요. 더 많이 공부해야 해요. 하지만 세이지가 앞질러 가니까 무리해서 쓰려고 했죠. 너무 두려웠어요."

"세이지를 좋아하는구나. 네 인생 이야기를 멋지게 써보렴."



사랑.jpg

https://youtu.be/zhHQWAmkAUM?si=W_C9Vf0SDHOUTE4R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