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의 <연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거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어린 왕자에 비견할만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동화 <연어>. 안도현 시인의 1996년 작품입니다. 저는 이 책을 중학생 때 읽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해요. 그땐 제대로 이해나 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니 아름다운 문장들에 색연필로 밑줄이 쳐져있더라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을 울린 문장들은 비슷했습니다.
가령 이런 문장들이었어요.
p.43
“그건 마음의 눈으로 나를 보았기 때문일 거야. 마음의 눈으로 보면 온 세상이 아름답거든.”
p.69
“우리는 누구나 우리 아닌 것의 배경이 될 수 있어.”
p.94
‘꽃은 꽃대로 아름답고 별은 별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 것이다. 등굽은연어는 비틀어진 등으로 어떻게든 헤엄을 치려고 한다. 그 고통이 왜 아름다운 것인지, 그 상처가 왜 아름다운 것인지 선생님은 모른다.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p.106
“우리 연어들이 알을 낳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알아. 하지만 알을 낳고 못 낳고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고 좋은 알을 낳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 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 거야. 그러나 우리가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우리들이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먼 훗날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고 옹골진 삶이 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쉬운 길 대신에 폭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동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동화 <연어>의 이야기를 따라다가 보면 우리네 삶을 반추하게 됩니다. 겉으로 보이는 물질적인 것을 중시했던 마음을 반성하고 눈맑은연어처럼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의 배경으로서 잠시 뒤로 물러나 있는 겸손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한 동물들이 사는 이 자연에서 모든 것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꾸만 쉽고 편안한 길을 택하려는 우리에게 모든 위대한 것은 쉬운 지름길이 아닌 어려운 길로 향해 있었다는 것을 아프게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삶에 위로를 얻죠. 우리가 지금 가는 길이 어려운 것은, 고통스러운 것은 잘 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이죠. 오히려 너무 편안하거나 등 따습고 배부르다면 어딘가 삶의 경중이 뒤바뀐 건 아닌가 하고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연어 무리가 북태평양 베링 해의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강을 거슬러 오르고 모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회귀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을 자아냅니다. 이 이야기에는 ‘사무친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연어의 모천회귀 본성과 산란의 과정이 그야말로 가슴에 사무칩니다. 우리도 이렇게 삶을 아름답게 보낼 수 있을까요? 그러한 삶을 살고 있나요? 자문하게 됩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겠네요.
이 책의 주인공 은빛연어는 말합니다.
“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야.”
연어가 먼 태평양 바다에서 돌아와 강을 거슬러 올라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듯이 우리 인간들의 삶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듭니다. 아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되어 배우자를 만나고 자손을 번성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삶의 의미라는 것. 삶의 의미는 무언가 대단한 게 아니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삶 자체가 존귀하고 엄숙하다는 것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연어의 산란과정을 묘사한 장면이 더욱 숭고하게 다가옵니다.
p.128
눈맑은연어의 배에서 수많은 알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알들은 눈맑은연어의 몸 빛깔을 닮은 눈부신 앵둣빛이다. 강 바닥 산란터의 자갈 사이로 앵둣빛 알들이 가라앉고 있었다.
이제 은빛연어의 차례다. 은빛연어는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자 은빛연어의 배에서 흘러나온 하얀 액체가 앵둣빛알들을 하나하나 적시기 시작한다.
이제 그들의 몸은 물 위로 떠오르고 새로운 어린 연어들이 또다시 그들의 부모와 조상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지요. 바로 우리 인간들이 그러한 것처럼. 삶이란 이렇게 그 자체로 아름답고 슬픈, 숭고한 무엇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잠시 잠깐 시간을 내어 <연어> 이야기와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 삶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