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통 한 번 봤던 영화는 다시 보지 않는데, 이 영화는 정말 재밌었고 기억에 남아 다시 보았다!!!
월터는 상상력이 풍부한 라이프지 샐러리맨이다. 상사가 질책하면 몸싸움을 벌이는 상상을, 짝사랑하는 여자 동료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상상을, TV쇼에 출연하여 이름을 널리 알리는 상상을 하는 등 정말 유쾌하고 재미난 사람이다.
이런 월터는 함께 일하는 사진가 숀의 마지막 사진, 삶의 정수가 담긴 25번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린란드에서 상어와 몸싸움을 하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화산폭발을 피하기도 한다. 데이트 앱 e-하모니의 매니저, 토드는 월터가 이러한 사실을 프로필에 넣고 싶다고 하자 처음엔 "상상력이 지나친 회원은 인기가 별로..."라며 말을 자르다가 진짜라고 하자 "정말요? 익스트림 취미란에 쓸게요."라고 한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대학생 때의 일화가 떠올랐다. 나처럼 경기도에서 온 남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은 싸이월드에 여러 풍경 사진을 올리는 게 취미였다. 그런데 우리 과 동기 언니가 나에게 "걔 완전 허풍쟁이래. 그 사진 다 가짜래."라는 말을 했었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정말인지 확인이 안 되었지만,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그 아이에 대한 소문이 정말인지 의문이 갔었다.
월터는 또 히말라야 산에서 눈표범을 직접 목격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진작가 숀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진을 안 남길 거냐는 월터의 말에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난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말이 너무나 와닿았다. 그저 그 순간에 빠져 몰입하는 거, 황홀함에 취하는 거. 무슨 뜻인지 알 거만 같다. 나는 아직도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6시간~7시간을 달려 도착했는데 창밖을 보니 너무 아름다워서 푹 빠져든 것이다.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려야 할 베네치아 역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닫고 후다닥 내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 이러한 경험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위에 동기언니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인증샷을 남기고 하는 걸까? 서로 불신하는 세상이 서글프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진심을 나누는 사람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월터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진짜 특별한 삶의 정수는!!!
마지막에 결국 월터는 25번 사진필름을 찾아내고... 라이프지 마지막 호에 표지로 장식된 그 25번 사진은 삶의 정수란 무엇인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월터가 아무리 특별하고 대단한 일을 많이 겪었지만, 결국 진짜 삶의 정수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 같다. 특별할 것 없는 것 같은 일상이지만, 우리가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결국 삶의 정수라는 것. 다시 봐도 정말 재밌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월터처럼 데이트 앱을 한다면 프로필에 남길 특별한 사건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