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중 1차 변론을 읽고 있으면 고구마를 여러 개 먹은 듯이 마구 숨이 막히고 답답해온다. 멜레토스는 소크라스테스를 고발하여 법정에 세운다. 소크라테스의 죄목은 젊은이들을 현혹하여 타락시켰다는 죄.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 의견을 내세우며 자신에게는 죄가 없음을 변론한다. 그가 정말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자 의도가 있었다면 스스로 해를 입을 것을 알았을 텐데 어찌 그런 위험한 일을 했겠느냐, 자신은 델포이 신전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라는 신탁을 얻었는데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자신만큼 지혜로운 자는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한 것들을 밝힌 것들이 미움과 시기를 사서 모함과 중상모략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도 많은 시기와 모함으로 같은 구설수에 시달린 바 있어서인지 소크라테스의 1차 변론에 계속 귀를 기울이며 따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어쩜 내가 겪은 일과 이렇게 유사할까 신기했다. 누군가는 나를 계속 중상모략하지만 그들은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점도 비슷했다. 그렇게 당당하면 나에게 정면 대결을 요구해도 될지언데, 언제나 뒤에서 정체를 숨긴 채, 비열한 잽을 날리기 일쑤여서 나는 누구에게 어떤 해명을 하고 반박해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당하고만 있었다. 그러한 행태가 바로 시기 질투 가득한 자들의 행태일까?
소크라테스는 정말 자신이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면 왜 제자들은 자신을 변호하려 하고 도와주려 하냐고 반박한다. 나도 학교에서 많은 괴롭힘을 당할 당시, 반 제자들은 교원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주었고, 졸업하는 날까지 나를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현재도 꾸준히 SNS로 연락해오기도 한다. 한 번은 반에서 따돌림받는 아이를 담임 선생님은 다그치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는 게 안타까워 담임교사를 대신해 신경 써주었더니 담임교사가 아닌 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해주며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행한 일인데 그것이 왜 비난받아야 할까? 소크라테스가 진리와 정의를 위해 싸운 것처럼, 나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위해 신념을 지켰을 뿐이다.
소크라테스는 결국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오늘날 그가 살던 아테네의 소피스트들은 기억조차 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가 영원히 지성인으로 회자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사람들은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욕망추구와 배타적인 행태로 누군가를 괴롭히며 살아갈지라도 결국 오래도록 기억되고 역사에 남는 건, 진리를 추구하고 정의롭게 살아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한 지성인의 아름다운 소신을 엿보았다. 비록 진리를 좇는 사람은 많은 고난을 겪을지라도 삶의 주관과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