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선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비 Jan 10. 2021

미래의 나의 키다리 아저씨에게

연애 편지

미래의 나의 키다리 아저씨에게.


안녕, 키다리아저씨!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려왔어. 주디가 키다리아저씨가 누군지 모른 채 열심히 살았던 것처럼 나도 언젠가 만날 키다리아저씨를 기다리며 내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어.


사랑이란 뭘까? 나는 사랑이란 그 사람에게 깃든 무한한 연정, 포용, 존경심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난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어. 그런 사람이 나타난 것 같다가도 이내 아쉬움과 씁쓸함만 남기고 떠나가 버렸지.


사랑도 연애도 없이 오랜 세월을 견딜 때 힘이 되어준 책이 있어. 바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야. 그 책은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고독과 친해지라고, 그럴 때 강해진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나는 내가 미래에 만날 나의 키다리아저씨도 고독과 더불어 강인해진 사람이기를 빌어. 이 책에서 좋았던 구절이 있어.


고독은 단 하나뿐이며, 그것은 위대하며 견뎌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의 누구에게나 고독을 버리고 아무하고나 값싼 유대감을 맺고 싶고, 마주치는 첫 번째 사람, 전혀 사귈 가치조차 없는 사람과도 자신의 마음을 헐고 하나가 된 듯한 느낌에 빠지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때가 바로 고독이 자라나는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의 성장은 소년들의 성장처럼 고통스러우며 막 시작 되는 봄처럼 슬프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꼭 필요한 것은 다만 이것, 고독, 즉 위대한 내면의 고독뿐입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 바로 이러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는 여기서 삶의 힌트를 얻었어. 내가 꼭 잘못 살고 있지는 않구나. 고독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내가 성장하는 힘이 되어줄 수도 있겠구나... 또 이런 문장도 있어.


당신의 일상이 너무 보잘것없어 보인다고 당신의 일상을 탓하지는 마십시오. 오히려 당신 스스로를 질책하십시오. 당신의 일상의 풍요로움을 말로써 불러낼 만큼 아직 당신이 충분한 시인이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십시오. 왜냐하면 진정한 창조자에게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보잘것없이 보이지 않으며 감흥을 주지 않는 장소란 없기 때문입니다.


어때? 멋지지? 소소한 일상도 우리가 진정한 창조자라면 풍요로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하네. 나는 당신과 함께 이런 일상의 창조자가 되고 싶어. 시인처럼 말이야.


좋아하는 영화 한편도 있어! 바로 <노트북>이야. 거기 나오는 레이챌 맥 아담스도 너무 예쁘지만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가 풋풋하고 설레는 장면으로 채색된 예쁜 영화였어. 혹시 이 영화 봤어? 아직 안 봤다면 같이 한번 꼭 보자. 언젠가 만날 나의 키다리 아저씨와 그런 평생 백년해로하는 사랑을 나눠보고 싶어.


나는 내게 잘해준 남자들에게서 번번이 배신을 당했어. 이유는 몰라. 내가 유일하게 추측하는 이유는 내가 여자들로부터 지독한 따돌림을 당했단 거야. 대체 왜 나한테 선물을 주고 달콤한 말을 속삭였던 사람들로부터 번번이 배신을 당해야 했을까. 여전히 난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내 지독한 인생의 상처로 남았어.


그렇지만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지 않아. 그건 키다리아저씨도 마찬가지겠지? 물론 아주 아주 힘들 땐 눈물을 내보일 때도 있을 거야. 그래도 기본적으론 서로에게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되어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그 사람이 아프면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고, 그 사람이 쓸쓸하면 내가 대신 쓸쓸해지고 싶은 마음...


언젠가 만날 나의 키다리 아저씨를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어. 읽고 싶은 책도 잔뜩 쌓아놓고 글도 쓰고 음악도 듣고 그림도 그리며... 그리고 최근에는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 보금자리를 안락하고 포근하게 꾸미고 싶은 마음??


나의 키다리아저씨!! 너무 늦지 않게 꼭 나에게 다가와 줘!!! 그리고 꼭 우리 함께 행복을 지어나가자!!! 그 때까지 나 자신을 더욱 반짝반짝 빛나게 갈고 닦을게.





매거진의 이전글 평범한 삶도 특별하게 만드는 비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