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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반창고

나는 조금 특별한 사람

by 루비

Cover Image by Freepik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직장에서는 빠른 일 처리와 신속한 의사소통, 따듯한 응대가 주를 이루고 집에 돌아오면 거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사는 걸까? 하나를 곱씹고 사색의 시간을 진득하게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땐, 독서를 해도 다독과 속독을 즐겼다. 동호회 모임도 다양하게 참여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곁가지들은 모두 쳐내고 안온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하다. 책을 읽어도 한 권을 여러 번 곱씹고 싶다. 누구를 만나기보다 나와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다.

내가 퇴근 후에 주로 하는 건, 강의를 듣거나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요가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아주 가끔 악기 연주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내 동생이 조언을 해주었다. 너무 많은 활동을 하기보다 하고 나서 사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그러고 보니 이것저것 활동하느라 되돌아볼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 멈춰 서서 조용히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사람들은 나와의 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즐겁게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시사토크쇼처럼 심오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깊이 연결되었던 것 같다. 나는 신변잡기적인 대화에는 재주가 없다.

자주 머리가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치료를 받으면서 정말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머리가 폭발할 것 같았다. 동료 선생님들과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외계인, 경제적 자유, 정의, 학교 아이들, 철학 등. 그리고 결론은 항상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려면 경제적 자유를 이뤄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솔직히 나의 가치관과는 맞지 않아서 공감이 가질 않았다.


오늘도 집 근처 도서관에 경제전문가가 미국 경제와 주식에 관해 강연을 한다길래 잠깐 들러봤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말았다. 나는 정말 그런 세속적인 물질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차라리 오늘 시내를 걷다가 발견한 꽃집이 마치 런던 여행에서 만났던 꽃집을 연상시킨 것에 마음이 들떴으며, 지하철을 타지 않고 버스를 타고 천천히 여유를 즐긴 내가 뿌듯했고, 도서관 책장에서 발견해 낸 책 한 권을 빌리며 행복했다.


이런 기쁨들을 나눌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자주 아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취향이나 가치관,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크나큰 행복일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걸 억지로 좋아하는 척 할 수 없고, 무리하게 사람을 찾으러 다닐 수도 없고, 나는 좀 다르구나, 특이하구나 인정하면 될 것 같다. 그나마 나에게 이렇게 글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행복하다. 젊은 시절엔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 작은 노트가 나만의 공간이었다면 이젠 브런치가 나의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지금도 마음이 울적하고 슬프지만, 힘을 내보아야겠다. 특이한 건 어쩌면 특별한 거니깐.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라는 임무가 주어졌다고 상상해 본다. 그로 인해 나는 조금 아픔도 슬픔도 참아야 한다. 그리고 결국엔 ‘특별’이 아닌 ‘별’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누군가 쓸쓸히 밤하늘을 쳐다볼 때, 따스한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 어린 왕자를 만난 비행사가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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