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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동화> 천상의 달빛 계곡 - 신의 뜻대로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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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에는 달빛 계곡이 있었어요. 그곳은 지상에서 죽은 사람이 환생을 하기 전에 잠시 머무르는 곳이었어요. 그 사람들은 달빛 계곡에 오면 지상에서의 일을 달빛 계곡에 벽화로 기록했어요. 지상에서 사람들이 역사라고 부르는 일들이 그 벽화에는 그림으로 빼곡히 가득 찼어요. 지상에서 어떤 아픔을 겪었든, 어떤 고난을 겪었든 달빛계곡에 도착한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을 축복이라고 여겼어요. 왜냐면 달빛계곡에서는 고통도 괴로움도 모두 환생을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쯤으로 여겼거든요. 슬픔의 눈물과 기쁨의 환호가 어우러져 자신의 전생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죠. 어차피 또 다른 삶, 환생이 기다리고 있으니깐요.


환생은 달빛계곡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자신이 원하는 때에 지상으로 내려가기로 정해요. 그전에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인생이 담긴 수정구슬을 둘러봐요. 전생에 얼마만큼 선행을 쌓았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수정구슬이 정해져 있어요. 사람들은 수정구슬을 통해 환생할 인생을 영화의 영사기처럼 모두 볼 수 있답니다. 때론 안내자와 함께 인생 여정을 수정하기도 해요. 새로운 배움을 위해서요. 수정구슬은 좀 더 행복한 인생도 좀 더 불행한 인생도 있어요. 그렇지만 자신의 전생에 따라 인생을 정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만이 없어요. 계속되는 윤회 속에서 다양한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거든요.


수정구슬을 선택한 후에는 지상으로 향하는 환생의 문을 건너게 돼요. 환생의 문은 구름 위에 떠 있어 뛰어드는 순간 지상에 아기로 태어나고 전생과 달빛 계곡의 기억은 깨끗하게 잊게 됩니다. 그런데 간혹 문제가 생길 때도 있어요. 환생의 문을 건너다가 발을 헛디뎌 기억에 오류가 생기면 지상에 내려가서도 가끔씩 전생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신비한 사람으로 불리게 되기도 하지요.

전생과 천상의 달빛 계곡, 환생을 오가며 사람들은 점점 더 신에 가까워져요. 하지만 결코 신은 될 수 없어요. 그것이 바로 신이 내린 축복이에요. 신을 닮아가지만, 신이 될 수 없다는 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한계이면서 축복이라고 할 있죠. 가끔 신은 자신의 책임이 너무 버겁고 힘들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달빛 계곡 사람들은 지상에 내려가기 전 꼭 자신들을 만든 신을 잊지 않기로 맹세를 한답니다. 사람들은 지상에서 스스로 신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깨달아야 합니다. 지상에서의 배움을 모두 끝마치고 신의 모습을 닮아간 영혼은 신의 축복 아래 천국으로 들어가 영원한 안식을 얻습니다. 끝까지 신을 깨닫지 못하고 죽은 자는 달빛 계곡에서 재교육을 받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 배움을 얻어야 하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 또한 신의 커다란 계획안에 있습니다.


결국 수정구슬을 선택하는 것 또한 신의 뜻대로였던 것입니다. 사람은 끝없이 신의 사랑과 뜻 안에서 진리를 찾아가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신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신의 커다란 계획안에서도 조금씩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 결국엔 천국으로 인도되는 것, 그것이 진정 신의 뜻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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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created with ChatGPT (OpenAI) and Freepik resources (www.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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