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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n 18. 2021

지금 당장 만화책이 보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정말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로또에 당첨되어서 경제적 자유가 주어지고 인공지능로봇이 집안일을 대신해주고 한가롭고 여유롭게 노닥거리며 사는 삶. 그러면 정말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본다.  


 각자가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하지만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만 같다. 게임으로 치면 모든 게 경험치 100%로 주어진 삶. 어쩌면 그 100%라는 것도 허상이다. 아무리 경제적,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해도 내면적으로도 충만할까? 모든 게 주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래서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하나도 없는 삶. 어딘지 모르게 공허할 것 같다. 나는 그보다는 경험치 0에서 시작하여 차곡차곡 레벨을 올리며 성취하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다.


 물론 사람들의 볼멘소리도 이해가 간다. 하고 싶은 건 많은 데 정작 해야 할 의무 사이에서 시간이 부족한 딜레마. 나 또한 그렇다. 만화책도 보고 싶고 캠핑도 가고 싶고 바느질도 하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고 피아노도 연주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은데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에잇, 다 집어치우고 순수하게 지금 당장 내 마음이 끌리는 것만 해볼까? 이를테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건 ‘그림책 원고 쓰기’였다. 그런데 그림책 원고를 쓰자니 내용이 알차야 하고 내용을 알차게 구성하려면 여러 그림책을 많이 읽어봐야 한다. 또한 그림책에 대한 이론도 함께 살펴보면 좋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쌓아 올려야 할 연습량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금세 머릿속을 엉클어뜨렸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봤다. 연습이 없어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만화책 읽기’였다. 내가 힘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만화책 읽기라니... 당장 작년에 사놓고 읽다 만 <베르사유의 장미>를 읽어야겠다. 


 그럼 난 오늘 저녁을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그리고 주말을 지나 다시 직장인 모드. 그럼 난 행복할까? 그동안 쌓아 놓은 게 있으니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내 한계가 드러날 것 같다. 그럼 난 선택해야 한다. 나의 한계를 감추기 위해 쉽고 빠른 길, 이를 테면 편법과 요행으로 일처리를 하며 게으르고 방만하고 나태하게 사는 삶을. 그게 아니라면 사표를. 그것도 아니라면 다시 나 스스로에 당당할 수 있도록 업무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국 도돌이표다. 


 내가 원하는 것만, 즐겁고 쉬운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과일나무에 과육이 맺기까지도 많은 비바람과 햇살과 거름과 계절 나기의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견딜 때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아까 했던 말을 수정해야겠다. 읽어야 할 책과 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남은 시간에 만화책을 읽어야겠다. 치팅데이처럼 하루 종일 노는 날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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