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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n 22. 2021

내가 바라는 이상형

사랑과 우정 사이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서른다섯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 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난 지독히도 짝사랑만 했기 때문이다.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에게 다가온다고 해서 마음에 없는 남자를 사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나는 내 경계선 안으로 조금만 접근해도 극도로 예민해지고 거부반응을 보인다. 살면서 불쾌한 접촉을 많이 당한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20대 내내 수많은 남자들의 관심을 받고 연락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안 좋은 일도 많이 겪었으니 더 그렇다. 왜,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을까? 내내 그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이다. 


 나는 우정에서 사랑으로 넘어가는 관계가 좋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연인이지만 우정 같은 관계가 좋다. 처음부터 이성적인 목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부담스럽다. ‘나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내가 좋다는 거지?’ ‘다른 조건이 좋다는 건가?’ 이런 생각부터 든다. 그보다는 찬찬히 관계를 쌓아가는 사람이 더 믿음직스럽고 신뢰가 간다. 내가 짝사랑에 실패한 이유도 어쩌면 사람을 잘못 판단한 데에서 기인한다. 난 내가 좋아했던 남자들이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라’라는 신조로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더 호감을 가졌고 내 마음을 표현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런 남자는 없었다. 사귀지도 않는데, 친밀한 사이도 아닌데 서슴없이 스킨십을 하고 심한 수위의 농담을 하고 불쾌한 요구를 하는, 질 낮은 남자들일뿐이었다. 정말 괜찮은 남자라면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않은 여자의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을 해소하고 막연한 설렘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욕구 충족이 먼저였고 자신의 생각을 황소처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어마어마하게 충격을 받았고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냐고 자책하며.


 이성을 만날 때 사랑을 우선시하는 유형이 있고 조건을 우선시하는 유형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쪽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둘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물론 좀 더 비중이 높은 것이 있을 수는 있겠다. 뾰족하게 ‘난 철저한 사랑을 원해.’ 도 아니고 ‘난 조건만 봐.’도 아니다. 그 둘 중간 어딘가에 있다. 그래서 더 사람 만나기가 힘든 가 보다.


 나는 몇 년 뒤에 세계여행을 가고 싶은 바람이 있다. 혼자 유럽 여행을 다녀와 보니 알겠다. 여행이 얼마나 위험하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지를... 물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기도 하지만 분명 내 나라를 떠나는 여행은 모험과 도전이며 꽤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나는 그런 건강한 도전정신과 용기, 체력을 지닌 사람을 만나고 싶다.


 유튜브 채널 <밉지 않은 관종 언니>의 이지혜 남편 같은 분이 참 좋아 보였다.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보호해준다는 것이 느껴지는... 젊은 시절, 나는 너무 외모에 치중한 나머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외모보다 안정감이 느껴지는 푸근하고 따듯한, 또한 편안한 친구 같은 믿음직스러운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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