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챕터가 좋은 것은 도둑들의 조언이 그리 대단치 않다는 점이다. 상담이라고 하면 전문자격증에 화려한 이력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도둑들은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 셋이 모여서 누군가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투박하지만, 거침없이 내뱉는 조언이 고민을 건넨 당사자를 울컥하게 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따스한 감동을 몰고 온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가업을 잇는 현실적인 선택과 가수의 꿈을 키우는 낭만적인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쓰로. 한 때 작가와 교사 사이에서 갈등했던 내 모습이 아른거리기도 하고, 취업과 애니메이터 사이에서 고민했던 내 동생이 겹쳐지기도 했다. 아마 그 고민의 추 사이에서 대부분은 현실적인 선택으로 결론을 내리곤 하는 것 같다. 세 도둑들도 가쓰로에게 충고했듯이...
하지만 정말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이 일이 아니면 나는 절대 살 수 없다, 나는 꼭 이 일을 하면서 살테다하고 말이다. 그런 사람들도 생계의 곤란 앞에서는 소위 사회가 인정해 주는 잘 나가는 직업을 기웃기웃 거리기도 하지만, 그 본질이 어딘가랴? 결국은 두 손 두 발 들고 나는 그냥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테야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우울증 처방전을 들고 살며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자괴감에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되겠지.
나는 모든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가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 설사 실력이 부족하여 도중에 미끄러지더라도 자신이 하고자 했던 것을 향해 우직하게 밀고 나간 사람들은 아름답다. 일찌감치 빠른 계산에 빠져 낭만의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현실에 저당 잡힌 사람이 아닌, 설사 실패로 끝나더라도, 아픔으로 끝나더라도 자신의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내면의 열정을 꽃피운 사람들이라면, 그 불꽃의 온기가 누군가에게는 전해지지 않을까? 가쓰로의 아름다운 자작곡 ‘재생’이 남긴 감동처럼...
1화 답장은 우유 상자에 이어 2화 한밤중에 하모니카를에서도 가슴 시린 아름다운 이야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모든, 순수한 열정을 지닌 이들을 존중, 아니 존경하기로... 그들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아이 같은 진정한 예술가들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