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됨을 포기하지 않기 위하여

청소년 소설 <철수는 철수다>를 읽고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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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식으로 공부하려면 아예 그만둬! 차라리 공장에 가서 기술이나 배워. 너 하나 공부 안 시키면 우리도 60평짜리 아파트로 금세 갈 수 있어!”


철수에게 퍼붓는 엄마. 철수의 엄마와 아빠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공부를 못하냐며 철수 앞에서 늘 서로 으르렁거린다. 그런 엄마아빠를 보는 것이 고통스러운 철수. 철수는 자신의 존재마저도 부정당한다.


그런 철수가 늘 비교당하는 엄친아 박준태와의 경쟁에서 이긴 단 한 가지! 그건 바로 글쓰기. 국어시간에 소설 쓰기에서 당당히 잘 쓴 작품으로 뽑혀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갔다.


나는 한 학년이 19반 가까이되는 비평준화 지역 학교에서 상위권 안에 든 적이 많기에 철수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편견과 몰이해, 오해 속에 억울한 누명을 쓴 경험을 오래 했기에 어쩌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상이 단지 성적표나 여러 스펙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멸시하고 조롱하고 따돌린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당하는 사람은 무차별 화살을 맞은 것처럼 처절하게 피를 흘린다는 것을...


이 소설 <철수는 철수다>에서 중학생 철수의 고민은 오로지 성적표지만, 누군가에겐 외모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집안 배경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축적된 부가 비교대상이 될 수도 있다. 책 <풍요 중독 사회>에서는 우리 사회는 사람을 여러 기준으로 채 썰어 수십, 수백 층으로 순위를 매긴다고 하였다. 결혼정보회사의 등급표는 사회 인식의 반영인 것이다.


6각형 인간이라는 말이 나돌 만큼 사람들은 서로 비교하고 등급 매기기를 좋아한다. 초등교사이자 아동문학가였던 이오덕 작가는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란 책에서 어려서부터 시작된 점수 따기 경쟁이 학생들의 인성을 황폐화한다고 언급하였다. 그리하여 지금 초등학교에서는 중간, 기말고사가 없어졌지만, 사회적 공감대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학부모들은 너도나도 사교육 입시에 몰두하며 학원에서 치르는 시험을 더 우대하니깐...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대에 일정한 성취를 이루어야만 사람 구실을 한다고 여기며 다른 이에 대한 모멸을 서슴지 않는다. 각자의 사정과 스토리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본인 또한 그런 모멸을 뚫고 자신의 것들을 쟁취해 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오직 사람이 사람다울 때만이, 진정으로 다른 이들을 깊이 이해하고 인격적으로 만날 때에야만, 거기에 진정한 인간미와 평화가 싹튼다고 믿는다. 자신들이 걸어온 길이 잘못된 길일까 봐 두려운 사람들은 계속해서 찔러댄다. 정말 네가 믿는 게 맞아? 네가 가는 길이 옳다고?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는 자들은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그래. 나는 한 번도 사람됨을 포기하지 않았어. 그게 내가 가는 길이 옳은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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