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비를 맞으며
“2시 30분에 출발합니다. 탑승을 원하시는 분은 승선해주세요.”
페리라고? 여유롭게 카페에서 책이나 잠깐 보고 가려고 왔는데 카페 앞에 선착장이 있었다. 하늘에는 옅은 구멍이 송송 난 듯 보슬보슬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고 강 저편에서는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북적였다.
“페리 타볼까?”
엄마가 먼저 내게 제안했다.
“정말 재밌을 것 같은데...”
나도 화답했다.
문득 14년 전에 홍콩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홍콩에서 마카오로 넘어갈 때도 1시간 여 가량 페리를 탔었다. 그때의 기억이 어느덧 가물가물해질 즈음 다시 페리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맞춰 배에 올랐다. 아직 홍보가 덜 된 건지 탑승인원은 나와 엄마, 그리고 우리 강아지, 또 낯선 아저씨 한 분이 전부였다.
부르르릉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와 함께 배가 출발했다. 천둥소리처럼 요란했다. 선착장에서 미끄러지듯 멀어지는 모습을 보니 심장이 쫄려왔다. 만약 배가 물에 빠져도 수상 레포츠 즐기는 사람도 정말 많고 구명 튜브도 있고 안전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점점 배의 유속을 즐기게 되었다.
“재밌으세요?”
“네?”
“재밌으시냐고요?”
“네.”
배의 엔진 소리에 선장님의 질문 소리가 잘 안 들려 나는 재차 물었다. 명확한 목소리는 안 들리지만 우리는 눈웃음과 입 모양으로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배 양 옆으로는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물결이 일렁였다. 그 잔물결이 얼마나 센지 가만히 정차해있던 배가 좌우로 요란하게 흔들렸다. 선장님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수영을 즐기는 엄마는 나이 든 게 억울하다며 수상 스키와 모터보트를 사는 사람들을 연신 부럽다는 듯이 읊조리며 쳐다봤다.
마침 배에서는 타이타닉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바람에 몸을 맡기며 유유히 배 앞부분에 있는 소파에 몸을 내 던졌다. 소파에 머리를 대고 누우니 강들이 내 옆으로 빠르게 갈라져 지나갔다. 내가 최근에 이보다 더 진한 해방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우울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 북한강변을 유람하고 나니 내가 참 부질없는 한탄을 하고 있었구나 싶다. 나의 힘들었던 과거에 물을 주고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오늘 봤던 활기찬 사람들의 건강한 에너지처럼 내 안에도 새로움의 에너지를 뿜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왔다. 내 인생은 아직 생각보다 젊고 창창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