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우리 남매는 엄마 아빠가 사준 수채화 색연필을 처음 받아 들고 신기해서 그 색연필로 만화를 그리곤 했다. 나는 몇 번 그리다 말았지만, 내 동생은 나보다 더 끈기 있게 오래도록 만화에 열정을 보였다. 그런 남동생을 다시금 떠올리면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아이가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거칠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 따로 살던 엄마 아빠가 다시 같이 살고 있다. 아빠는 엄마가 사는 도시 아파트에서, 아빠가 살던 시골집을 매일 왔다 갔다 하며 텃밭을 가꾸고 나무를 한다. 아빠는 강가에 가서 낚시하는 게 취미다. 엄마는 수영을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남동생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참 각양각색 신기한 가족이다.
내일은 엄마 아빠가 김장을 한다. 나도 같이 한 적이 몇 번 있지만 내일은 다른 일정으로 일찍 내가 사는 집으로 내려간다. 그래서 오늘 밤은 엄마와 나와 단둘이 잔다. 아빠는 시골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동생을 그리워하며 울고 있었다. 나는 엄마 아빠가 전혀 티를 안 내서 슬프지도 않나 너무 야속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냥 슬픔을 참고 삭인 거였다. 아빠는 수화기 너머로 서럽게 우셨다. 동생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다들 동생 떠난 보낸 슬픔보다 자식 떠나보낸 슬픔이 몇 배는 더 힘들다고. 그런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면 동생을 잃은 아픔만큼 부모님이 슬퍼하실 고통에 또다시 마음이 슬픔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이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나도 지난 몇 달 동안 임사체험, 사후세계, 영혼에 관한 영상이며 글들을 많이 보고 읽었다. 성당도, 절에도 다녀왔다. 그러면서 조금은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내 동생은 괜찮을 거라고, 지금은 좋은 곳에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천도재를 하고 기도를 올리고 명복을 빌어주었다. 아빠는 동생이 가여워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난 꼭 동생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동생은 어디선가 우리 가족을 바라보며 웃고 있을 것만 같다. 영혼은 불멸하고 계속해서 우리 곁에 살아있다고 느껴진다. 동생이 우리 가족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잠시 여행을 다녀간 것 같다. 정말로 천사 같은 사람들만이 짧은 생을 아름답게 살다 가는 것 같다.
더 이상 내 동생이 만든 애니메이션도, 웹소설도 볼 수 없다는 게 가슴이 멘다. 내 동생이 해 준 안마, 저녁 늦게 들어갈 때 마중 나오던 모습을 더 이상 느낄 수도 볼 수도 없다는 게 미어진다. 하지만, 나는 간절히, 믿는다. 내 동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가족을 수호천사처럼 지켜주고 있을 거라고. 환하게 웃고 있을 거라고. 그리고 정말 기적처럼, 선물처럼 언젠가 우리 곁에 다시 설 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순환의 시작일 뿐이다.
남동생이 중학생 때 그린 그림. 색채감각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