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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18. 2021

뭉게구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파아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구름은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토끼 모양, 강아지 모양, 아이스크림 모양. 그리고 또 하나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어린아이들이 가족 놀이하며 소꿉장난하듯이 제 혼자 알콩달콩 사랑의 드라마를 찍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자꾸만 웃어젖히는 모양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햄릿의 사랑을 잃고 미쳐버린 오필리아처럼 정말로 미친 게 아니라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용서해주자. 그는 진짜 사랑하는 사이의 달콤함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므로.     


 중학생 시절 시화전에 써냈던 이해인 수녀님의 <나의 하늘은>이란 시가 떠오른다.


 그 푸른빛이 너무 좋아/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어제는 바다가 되고/오늘은 숲이 되고/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파란 하늘에 그려보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파란 하늘이 도화지라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내가 그리는 물감의 형상이다. 내 주관과 감각이 만들어내는 형상. 때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동화 속 왕자님처럼 이상화하기도 하고 화가 나는 순간에는 하이드처럼 미치광이로 묘사하기도 한다. 결국, 그 모든 건 나 자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원효 대사의 해골물 이야기처럼.     


 순전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싶다. 그를 내 마음의 폭풍우에 따라 제멋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바라보고 싶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내 마음의 순수한 작용이 중요하다. 내가 욕심이 많고, 부정적이고, 의심이 많으면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이 탐탁지 않겠지만, 내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결점 투성이 인간에게서도 보석을 발견해낼 수 있다.      


 언젠가는 파란 하늘에 영롱한 눈동자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리듯, 직접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케이트 윈슬렛의 누드화를 그렸던 장면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그리는 일, 그건 참 낭만적인 일인 것 같다. 마음의 작용에서 실제로 옮겨가는 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가닿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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