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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Oct 10. 2021

천재 예술가에 대한 동경, 재능 없는 자의 비애

그래도 꿈을 꾼다.

 요즈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C장조 '발트슈타인' 1악장을 연습하고 있다. 맑고 청아하게 굴러가는 백건우의 연주 영상과 달리 내 연주는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손열음, 조성진, 백건우, 임동혁 등 내로라하는 피아니스트가 쟁쟁한 한국에서 당연히 내가 무슨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품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 꿈이 피아니스트 또는 작곡가였던 적도 있지만, 어느새 또 다른 꿈이기도 했던 선생님으로 좁혀져서 지금의 내가 있다.     


 나에게 재능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나마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이번에 밀리의 서재에서 조현영의 <클래식은 처음이라>를 읽고 더욱 깊이 천재 예술가들의 삶에 가닿을 수 있었다. 그들의 천부적인 재능이 부러우면서도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뇌, 처절한 슬픔, 고독 등에 나 또한 마음이 아파져 온다. 위대한 예술은 창작자의 고통에 빚을 질 수밖에 없나 보다.      


 작년에 뮤지컬 <모차르트>를 보고 나서는 예전에 봤던 영화 <아마데우스>와 함께 모차르트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밤잠을 설쳤는데, 이번에 이 책에서 베토벤에 대해 들여다보고 베토벤에게도 깊은 애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베토벤은 위대한 예술을 창조한 천재 음악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이기도 했다.      


‘아, 내가 증오에 차 있고 고집불통이며 사람들을 혐오한다고 생각하는 너희들, 또는 나를 그런 사람으로 통하게 하는 너희들은 얼마나 부당한가!     


 사랑에 계속해서 실패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 자존심  그의 청력 상실, 의심 많은 성격, 세상의 오해.  모든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며 인생의 파도에 맞서 싸운 . 작곡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그의 음악은  자체로 감동을 주지만 베토벤의 인생을 알고 그의 음악을 들으면  다른 의미로 값지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명곡을 작곡한 예술가의 삶이  그토록 고통으로 점철되었나를 생각해보면서.   


흔히 모차르트를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라고 칭합니다. 베토벤은 이와는 반대로 지상에서 천상으로 음악을 전하기 위해 신에게로 돌아간 작곡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인간 승리의 결과로 낳은 우주의 음악을 선물해주고 별이 되어 지금도 하늘에 떠 있습니다.     


 나는 재능도 없으면서 왜 천재 음악가들에게 공감하는 감수성만 주어진 것일까? 그들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처럼 느껴지며 나는 그들처럼 될 수 없음에 비관하게 된다. 그런데도 가슴속에 있는 창작의 욕구를 다 채우지 못하고서는 세상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던 베토벤처럼 부족한 실력이나마 나도 나의 창작 욕구를 꼭 불태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사람들은 다들 나에게 왜 자꾸 평범한 인생경로를 이탈하냐고 한 마디씩 거든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 꿈과 목표를 어리석다며 비웃는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  설사 나의 꿈이 나이 70에 이루어진다 해도. 임동혁의 <월광> 연주가 서광처럼 느껴진다.




https://youtu.be/CEb8brQHcGk 임동혁 <월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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