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제자에게 연락이 오다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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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0년 전 가르쳤던 제자에게 갑작스레 연락이 왔어요. 누군가가 저를 찾고 있다고 해서 호기심 반, 당황스러움 반으로 인스타그램 메시지에 답변을 했어요.

그러자 과거에 저에게 잘못한 일이 죄송하다며 사과의 말을 전하네요. 저는 너무 울컥하고 눈물이 났어요. 제 지난 시간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는 위로를 받는 기분이어서요. 그때 제 나이 스물아홉이었고 저는 모든 게 너무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서른을 앞둔 나이, 10년 간 지방에서만 살다가, 막 수도권으로 옮겨 맞닥뜨린 낯선 조직 문화와 분위기, 새로운 인맥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 등이 너무 힘들고 외로웠어요. 6학년 담임도 이때가 겨우 2번째였어요. 저는 스물일곱의 나이에 6학년 14명을 맡으면서 교원평가 만점을 받은 적도 있기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여러 가지 갈등이 계속 터졌어요. 마치 2년 전, 전국적으로 교권추락 및 교원 자살이 이슈화됐듯이 저는 이미 그 시기에 그런 고통을 겪고 있었어요. 다른 교사들은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데 왜 나만 이러한 고통을 겪는가 하며 매일 퇴근길에는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불빛을 보며 다들 저렇게 평온해 보이는데 내 속은 왜 썩어 문드러질까 괴로웠어요. 그러다 결국 정신과를 찾아가게 됐고, 치료를 받으면서 휴직을 하게 됐어요.

그때 휴직을 하고 2학기에 반 제자들에게 단체로 '선생님 죄송합니다.'라는 문자가 연달아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미 전 지방으로 복귀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고 더는 학생들을 볼 수 없었죠. 그렇게 다 잊고 있었는데 10년 만에 제자에게 연락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지금도 가끔 의정부를 지나가면 우연히 제자들을 만나지는 않을까 생각하긴 했지만요. 이 학생의 문자로 저의 아픔과 서러움이 조금은 씻긴 기분이었어요. 정말 감사했답니다. 앞으로 더 멋진 선생님이 되는 걸로 보답할게요.


PS. 이미 성인이 된 제자라 존댓말로 주고받았어요. 저 잘한 거 맞죠?^^;;


https://youtu.be/X_B_OafXLO0?si=-9uWnZdNQ6CzBH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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