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이런저런 동기들과의 갈등 속에 고통스러워한다. 로맨스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연이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사실 그러한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와 과외를 하고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지만 학우들과의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연이는 이유를 모른 채, 결국 완전히 고립되고,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런 연이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건 독서와 글쓰기, 피아노 연주, 여행이었으며 연이는 졸업 후,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옛 선후배, 동기들과 다시 연결되고 또 한 번 고통에 빠진다. 그리하여 연이는 상담과 정신과치료를 병행했고 새로운 예술활동에 눈을 뜬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까지 대학교에서 힘든 일을 겪는다. 집안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부모님도 힘겨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는 여행을 갔다 오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점차 안정되어 간다.
행복과 불운 사이를 자잘하게 진자 운동 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연이는 어느새 서른다섯이 되었다.
-1화-
열아홉 새내기로 입학한 연이. 파릇파릇한 교정만큼이나 마음도 싱그러움으로 가득했지만, 어느 순간, 연이는 외톨이가 된다.
자신이 왜 배척당하는지 알지 못한 채, 동아리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만, 사실 그 친구도 비슷한 처지이기는 마찬가지다.
연이는 그럼에도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행복을 일구어나간다. 그리고 매일 아침 8시면, 자로 잰 듯이 정확하게 음악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4학년 봄에 있을 졸업연주회 곡을 매일 연습하고 있다. 연이는 피아노를 전공하지만 다른 학우들은 첼로부터 비올라, 플롯, 성악, 작곡까지 다양하게 전공하고 있다.
연이는 방송반 동아리에서 제작부로도 활동하고 있다. 매주 멘트 쓰는 게 그녀의 일과다. 처음엔 아나운서도 탐을 냈었다. 그런데 1년 선배의 따끔한 지적에 그만 주눅 들고 제작부로 배치가 되었다. 중간에 일부 동아리원이 탈퇴를 해서 기술부도 겸하고 있다. 연이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몇 주 후에 있을 오픈스튜디오에 동기들을 초대했지만 자신들은 그날 기독교 동아리에 가봐야 한다며 아무도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순간 연이는 교회를 다닌다면서 왜 저렇게 배타적이고 조금의 배려심도 없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면서 원래도 무교였지만 점차 개신교라는 종교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평소엔 가지도 않던 예배를 동아리 모임에 초대하자 일제히 핑계되며 오지 않는 그 간장종지만 한 마음 씀씀이에 하나님을 믿는다는 게 저런 건가 의문이 들었다.
연이는 고등학생 땐 대학생만 되면 바로 남자친구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마음에 드는 남자는 없었다. 그런데 한 명이 유난히 자기한테 잘해주는 게 눈에 띄었다. 동기 엠티 때 같은 조였는데 롤링페이퍼에 ‘니 쫌 귀엽다. 친하게 지내.’ 이런 말을 써주었다. 그래서 연이는 이 남자가 자신한테 호감이 있다고 믿었다. 심지어 먼저 기숙사로 돌아오자 뒤늦게 쓰던 롤링페이퍼를 전해주러 찾아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연이는 여자 기숙사에 나타난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냉랭하게 대했다. 그래서일까. 얼마뒤 그 남자는 다른 여자 동기랑 사귄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때부터 연이는 그 남자애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굉장히 가벼운 남자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더욱 문학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싫어하는 티를 내는데도 그 남자는 태연히 자꾸만 말을 걸었다. 하루는 연이에게 “너 나 좀 싫어하지 마라.”라고 하였다. 순간 연이는 깜짝 놀랐다. 티를 안 낸다고 생각했는데 티가 났구나 하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고, 자신이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후에 연이는 2학년이 되어서 1년 간의 오해도 풀려가고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새내기 후배가 그 남자동기가 너무 멋진 선배라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이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연이는 이미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 남자도 여자동기랑 헤어진 후였다. 그렇게 그냥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스무 살의 봄은 지나가고 있었다.
연이는 대학교 2학년이 되자 더욱 외로워졌다. 조모임을 하는데 기존에 함께 지내던 그룹하고는 같이 할 수 없었다. 그 그룹원들은 맨 처음 동기엠티에서 자신을 배척했다. 다른 동기들은 '연이 패밀리'라고 이름 붙여주었지만, 정작 연이 패밀리에서 연이만 소외되고 있었다. 팥 없는 붕어빵이라고 해야할까? 연이 패밀리는 연이만 빼고 자기들끼리 쿵짝이 잘 맞았다. 결국 연이는 새로운 동기를 사귀었다. 연이는 소극적이어서 먼저 누구에게 친해지자고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1학년 때부터 먼저 다가온 여자가 있었다. 자기는 그 동기가 무척 고맙고 반가웠다. 씩씩하고 적극적이며 이것저것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자신의 연애사도 서슴없이 이야기해주었다. 자신을 믿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마음을 열었다. 그 여자애를 통해 다른 동기언니들도 사귀었다. 연이는 이제 완전히 다른 그룹과 친해진 것이다. 어느날 연이는 함께 야외로 나갔다가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대학 생활이 외롭고 무섭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러자 새로 사귄 언니는 "언니가 지켜줄게."라고 감싸 안아주었다. 그렇게 연이는 그 언니만은 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건 단지 폭풍전야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