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놉시스] 폭풍전야 6화

by 루비

원라이너

대학 새내기가 겪은 외로움과 좌절, 고통 속에서 길어 올린 한 줄기 희망


시놉시스

연이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이런저런 동기들과의 갈등 속에 고통스러워한다. 로맨스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연이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사실 그러한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와 과외를 하고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지만 학우들과의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연이는 이유를 모른 채, 결국 완전히 고립되고,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런 연이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건 독서와 글쓰기, 피아노 연주, 여행이었으며 연이는 졸업 후,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옛 선후배, 동기들과 다시 연결되고 또 한 번 고통에 빠진다. 그리하여 연이는 상담과 정신과치료를 병행했고 새로운 예술활동에 눈을 뜬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까지 대학교에서 힘든 일을 겪는다. 집안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부모님도 힘겨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는 여행을 갔다 오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점차 안정되어 간다.

행복과 불운 사이를 자잘하게 진자 운동 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연이는 어느새 서른다섯이 되었다.



- 6화 -

연이는 6개월간의 휴직을 끝으로 지방으로 다시 복귀했다. 아침 출근할 때마다 매일 울기 바빴다. 죽고 싶던 어느 날, 119에 전화를 했다. 신고하자마자 달려와서 연이를 다독여줬다. 연이는 출근 직전마다 울었고, 겨우 마음을 추슬러 하루를 시작했다. 극복해보려 했지만, 너무 아파서 견디기 힘들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월 초, 신발장에 이름표를 붙이다가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슬픔이 차올랐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렇게 연이는 매일 아팠다. 이 모습을 눈치챈 교감 선생님이 또다시 휴직을 권유했다. 복귀한 지, 이제 한 달인데 다시 휴직이라니 말이 안 됐다. 연이는 사정사정하고 정말 열심히 하겠노라고 다짐하며 상담센터에 문을 두드렸다.


대학 교수에 이어 한 상담사와 연결됐다. 그녀는 연이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연이의 말을 의심하기보다 따스하게 공감하고 들어주며 위로해 주었다. 그때 한창 인터넷 카페에서 대학 동기들이 연이가 힘들어서 고민상담 한 글에 나타나 욕을 휘갈기고 사라졌다. 온갖 거짓 반박글을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호도하며 쓰다가 연이가 손도 써보기도 전해 ‘꼬투리 잡힐까 무서워 지웁니다’라는 글 한마디 남기고 모두 지워버리고 도망갔다. 이미 조회수는 수천 회가 나았다. 자신은 그저 열아홉 살 새내기 시절부터 당한 왕따가 힘들었다고 익명으로 고민글을 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들은 왕따 시킨 적이 없다고 등판해서 조목조목 반박글을 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말로 왕따 시킨 적이 없다면 익명글에 반박할 거리도 없을 텐데 말이다. 상담사는 댓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도 보통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연이는 순간 자신의 존재가 눈사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공중으로 흩어진 후였다. 그들은 흔적이 남을까 이미 글을 지우고 사라진 후였다. 세상이 너무나 절망스럽고 무섭게 느껴졌다. 연이는 그때부터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소설을 쓰기로... 열아홉 살 때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신의 인생을 살리기 위해선, 죽어가는 자신의 인생을 살리기 위해선 소설을 써서 자신을 복원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준세이는 복원사로 일하며 훼손된 그림을 복원시킨다. 연이는 소설가가 되어 자신의 인생을 복원시키고 싶었다.


연이는 아무리 힘들었지만, 스물아홉 때부터 꿈꾸던 여행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무 살 때부터 꿈꾸었던 유럽여행. 스물아홉 때 가려다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포기한 유럽여행을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행작가로서 글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서점 가서 산 책이 <오늘부터 여행작가>였다. 연이는 매일 퇴근 후 카페에 가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힘든 마음이 조금씩 치유가 되는 것 같았다. 4년 차가 될 때까지 방학 때 쉬어본 경험이 없는 연이었다. 언제나 연수와 학교 근무로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었다. 5년 차 때는 병원 치료받느라 길고 긴 폐인 생활을 했다. 6년 차가 된 지금, 처음으로 온전히 쉬어 보는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이는 인터넷에 접속하여 유럽 여행 카페에 가입하여 여행 루트를 알아봤다. 일본도, 홍콩&마카오도 자유여행으로 다녀온 연이는 이번 유럽 여행도 자유배낭여행으로 다녀올 생각이었다. 가족과 친구들과 같이 갔던 지난 여행과는 달리 이번 여행은 혼자 다녀올 생각이었다. 연이는 유럽 왕복 항공권도 알아봤다. 국내항공사는 150만 원 가까이했다. 바로 전해 가을에 파리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연이는 살짝 망설여졌다. 하지만 ‘유럽은 테러 직후가 가장 안전’이라는 카페에 올라온 누군가의 댓글에 용기를 냈다. 연이는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이제 정말 여행을 간다는 게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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