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놉시스] 폭풍전야 7화

by 루비

원라이너

대학 새내기가 겪은 외로움과 좌절, 고통 속에서 길어 올린 한 줄기 희망


시놉시스

연이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이런저런 동기들과의 갈등 속에 고통스러워한다. 로맨스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연이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사실 그러한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와 과외를 하고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지만 학우들과의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연이는 이유를 모른 채, 결국 완전히 고립되고,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런 연이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건 독서와 글쓰기, 피아노 연주, 여행이었으며 연이는 졸업 후,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옛 선후배, 동기들과 다시 연결되고 또 한 번 고통에 빠진다. 그리하여 연이는 상담과 정신과치료를 병행했고 새로운 예술활동에 눈을 뜬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까지 대학교에서 힘든 일을 겪는다. 집안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부모님도 힘겨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는 여행을 갔다 오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점차 안정되어 간다.

행복과 불운 사이를 자잘하게 진자 운동 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연이는 어느새 서른다섯이 되었다.



- 7화 -

런던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찍은 사진은 빨간색 2층 버스였다. 이제야 정말 영국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카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유유히 모험을 시작했다. 그린파크, 버킹엄궁, 하이드 파크 등 첫날의 여행은 산뜻했다. 저녁에 한인민박집에 돌아와서 문득 이곳에 머물고 있는 스태프처럼 사는 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요리도 잘해야 할 것도 같았다. 스태프들은 근사한 한식 저녁식사로 여행자들을 만족스럽게 해 주었다. 이러한 점은 호텔보다 더 좋은 것만 같았다. 혼자 여행온 연이는 스태프가 숙소를 바꿔달라는 제안에 흔쾌히 몇 블록 떨어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 방은 빨간색 침구와 빨간색 커튼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더 런던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었다.

다음날은 런던동물원으로 향했다. 연이는 후에야 이곳이 해리포터 촬영지였단 것을 알게 됐다. 웨스트엔드에서의 뮤지컬 관람, 내셔널갤러리, 코톨드 미술관, 대영박물관에서의 그림 관람부터 해서 런던브리지를 건너는 일들 하나하나까지 다채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연이는 파리, 인터라켄, 베니스, 피렌체, 로마 매 도시마다 구석구석 발품을 팔아가며 여행했다. 파리에선 민박집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가 오베르 쉬르 우아즈로 가는 차편 티켓을 주기도 하고, 로마에서 민박집 사장님은 너무나도 친절하게 로마 투어를 안내해 주겠다며 다정히 대해주었다. 피렌체에서 민박집 사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갑자기 투어가 취소되어서 시간을 낭비한 일도 있었다. 파리 지하철에서 지갑을 털리기도 하고, 로마에서 스마트폰을 도둑맞기도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귀국 비행기에서 생각했다. ‘내가 읽었던 소설이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구나. 정말로 생이란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었어.’ 연이가 읽은 소설은 <스물아홉 생일, 일 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였다. 서른을 앞둔 나이에 자살을 결심하다 티브이에서 우연히 라스베이거스 영상을 보고 꿈을 향해 매진하다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내용으로 감동대상수상작이었다. 그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1년 동안 나를 목표 지점까지 갈 수 있게 해 준 모든 수단들과 작별한 뒤, 나는 다시 벌거벗은 기분으로 세상 앞에 섰다. 아직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길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연이는 길이 아주 많다는 문장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자신은 지금 세상이 정해준 평균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은 아주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


연이는 돌아온 후 1년이 지나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던 여행기를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뚝딱뚝딱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책으로 나오면 생애 첫 출간이었다. 여행작가 모임에서 한 강사는 이런 연이에게 '여자 혼자 유럽 여행'은 너무 흔하다며 면박을 주었다. 그에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지만, 강사들은 자주 자신들이 유일한 기준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법이다. 페이스북에 새 책이 나왔음을 알리자 여러 문우들이 축하의 인사를 건네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정말 책이 조금씩 판매가 되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주변에서는 호기심에 아는 사람들이 구매했을 거라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학교 선배에게 선물해 주자 자신은 가정이 있어서 앞으로 여행은 힘들 것 같다며 책으로라도 대신하겠다며 고맙다고 했다.


연이는 정말 기뻤다. 이제 정말 글쓰기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동네 책방 모임에도 가입을 했다. 그곳에서 정치, 경제, 문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대학원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상담도 공부해보고 싶었고 문학도 공부해보고 싶었지만, 아직 뚜렷이 정하기는 어려웠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홍대에 색연필화를 그리러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여러 우물을 파느라 아직 어느 하나도 깊이 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자신감이 눈에 띄게 작아졌다. 그리하여 1년여의 유예 시간을 두고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진득이 찾아보고 싶었다.

"60 넘어서도 자기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게 뭔지 잘 찾아봐. 그걸 지금부터 슬슬 준비하란 말이야. 내가 왜 이 나이 먹고서도 매일 술을 마시는지 알아? 빈 잔이 너무 허전해서 그래. 빈 잔에 술 말고 다른 재미를 담을 수 있다면 왜 구태여 이 쓴 걸 마시겠어?"

"닥치는 대로 부딪쳐 봐. 무서워서, 안 해본 일이라서 망설이게 되는 그런 일일수록 내가 찾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


연이는 소설 속 한 문장처럼, 서른의 나이에 뒤늦게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연이의 가슴속엔 다음 문장이 아리도록 가슴을 파고들었다.

”외톨이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됐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무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외톨이인 것이다." /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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