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놉시스] 폭풍전야 8화

by 루비

원라이너

대학 새내기가 겪은 외로움과 좌절, 고통 속에서 길어 올린 한 줄기 희망


시놉시스

연이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이런저런 동기들과의 갈등 속에 고통스러워한다. 로맨스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연이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사실 그러한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와 과외를 하고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지만 학우들과의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연이는 이유를 모른 채, 결국 완전히 고립되고,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런 연이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건 독서와 글쓰기, 피아노 연주, 여행이었으며 연이는 졸업 후,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옛 선후배, 동기들과 다시 연결되고 또 한 번 고통에 빠진다. 그리하여 연이는 상담과 정신과치료를 병행했고 새로운 예술활동에 눈을 뜬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까지 대학교에서 힘든 일을 겪는다. 집안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부모님도 힘겨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는 여행을 갔다 오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점차 안정되어 간다.

행복과 불운 사이를 자잘하게 진자 운동 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연이는 어느새 서른다섯이 되었다.



- 8화 -

연이는 문득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졌다. 자신이 4년간 살던 곳을 떠나는 선택이었다. 진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집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고 싶다고만 말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은 처음엔 두렵고 막막했다. 나름 대도시 근처에서 살다가 다시 중소도시에서 살려니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단 기차역에서 10분 거리에 살다가 30분 거리로 이사하고 나니 자신이 손해 본 기분이었다. 인생이 곤두박질친 기분이 들어서 어떻게든 좋은 점을 찾으려고 애써보았다. 그런데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위에 다다랐지만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간간이 수석 선생님이 들어와서 봐주었지만, 선생님마저 안 계시면 도로 아미타불이었다. 동학년 선생님과의 시간도, 티타임 시간도 지쳐만 갔다. 연이는 티타임도 끝나고 아이들도 모두 간 교실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제일 편안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상황은 바꿀 수 없고 점점 우울감이 심해져 왔다. 매일 주말만 바라보며 생활했다. 연이는 아침에 눈 뜨는 것도 곤욕이었다. 퇴근 후 집에 오며 쓰러져 잠만 잤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최후의 카드를 쓰기로 했다. 휴직하고자 했지만, 학교에서 병가를 권유했다. 친절한 배려였다. 병원에 진단서를 떼러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스물아홉 때 만난 그 레지던트 선생님이었다. 3년 만에 만난 선생님은 예전과 다르게 나긋나긋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살이 조금 찌셨네요."


연이는 웃으면서 말씀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표정에 조금 쑥스러웠지만, 안도감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보자마자 진단서를 떼는 게 죄송했지만, 여러 조언의 말들과 함께 진단서를 발급해 주었다.


연이는 이제야 살 것 같았다. 죄책감도, 자괴감도 들었지만, 두 달 딱 쉬고 나면, 다시 작은 학교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이는 예전부터 생각했다. 자신은 일대다 모임보다 일대일 모임이 좋다고.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연이는 자신이 늘 독특하다고 생각해 왔다. 연이는 늘 남들과 다르다는 감각으로 살아왔다.


연이는 우울감에 괴로워하다 인터넷에 글을 썼다.


‘저는 뮤지컬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배우들의 목소리, 음색까지 평가할 수준은 못 돼요.

저는 그림 보는 걸 좋아하지만, 그림을 수집하진 않아요.

저는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지만, 악보가 없으면 외워서 치는 건 어려워요.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독립출간으로 몇 권 출간했을 뿐 글을 엄청 잘 쓰진 않아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유럽 4개국과 일본, 중국 다녀온 게 전부예요.

저는 컴퓨터를 잘하지만, 또 남자들만큼 잘하진 못해요.’

등등.


연이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모든 것들을 좋아했다.

용기를 내서 쓴 글에 쏟아진 댓글들이 인상적이었다.

연이는 그 댓글을 여러 번 읽고 되뇌었다.


그 한마디에 연이는 오랜 피로감과 자책감과 무가치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관심사를 확장해왔기에, 교대에 진학했던 이유가 이제야 이해되었다. 초등교사가 처음으로 자기에게 꼭 맞는 직업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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