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이런저런 동기들과의 갈등 속에 고통스러워한다. 로맨스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연이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사실 그러한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와 과외를 하고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지만 학우들과의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연이는 이유를 모른 채, 결국 완전히 고립되고,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런 연이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건 독서와 글쓰기, 피아노 연주, 여행이었으며 연이는 졸업 후,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옛 선후배, 동기들과 다시 연결되고 또 한 번 고통에 빠진다. 그리하여 연이는 상담과 정신과치료를 병행했고 새로운 예술활동에 눈을 뜬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까지 대학교에서 힘든 일을 겪는다. 집안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부모님도 힘겨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는 여행을 갔다 오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점차 안정되어 간다.
행복과 불운 사이를 자잘하게 진자 운동 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연이는 어느새 서른다섯이 되었다.
- 9화 -
연이는 새로운 곳으로 학교를 옮겼다. 그곳에서 2명의 학생을 맡게 되었다. 무뚝뚝하고 의젓한 남학생과 조금은 선머슴 같은 여학생. 둘은 친한 것 같으면서도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졌다. 물과 식용유처럼 좀처럼 섞이기 힘든, 묘한 관계였다.
그래도 나름의 개성이 있어서 반은 무탈하게 잘 굴러갔다. 기타를 즐겨 치는 남학생과 축구선수가 꿈인 여학생의 조합은 재미가 있었다. 연이는 작년과 다르게 학교 오는 게 즐겁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작은 학교가 잘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폭풍전야라고 새로 남학생이 전학 오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한 명이 전학 와서 셋이 더 사이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서로 편 가르기를 하기 시작했다. 연이는 누구 편도 들지 않고 중립을 유지했지만, 학구파와 놀이파로 나뉘어 서로 마찰을 빚곤 했다.
점차 스트레스를 받던 연이는 그림책 쓰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창작에 재미를 느끼고 그림 그리는 것에 취미를 붙이던 연이에게 꼭 맞는 활동이었다.
4주간 매주 서울로 수업을 다니며 따돌림에 과한 <장미꽃과 바다>라는 그림책을 썼다. 그 과정에서 강사에게 따돌림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강사는 결국 편견을 갖고 연이를 대하며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연이는 다시 한번 상처를 받았다.
학교 일로 힘든 마음, 인간관계에 지친 마음을 안고 광화문의 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다. 젊은 의사 선생님은 연이의 이야기를 듣더니 정말 시종일관 웃으면서 상담을 해주었다. 연이는 처음 간 병원에서 이렇게 환대를 해주는 게 너무 신기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자신이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에도 용기를 불어넣어 주어서 참 고맙다고 느꼈다. 하지만 몇 달 뒤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은 그만두시고 떠난 후였다.
연이는 결국 그렇게 고민하던 대학원 전공을 아동문학교육으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원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길이 막혀서 1시간이나 늦어서 들어갔다. 양해를 해준 교수님들 덕분에 무사히 면접을 치르고 합격할 수 있었다. 연이는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에 무척 가슴이 설레었다.
하지만 개강하고 다닌 지 1주 만에 휴학을 하고 말았다. 목에 담이 오고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졸업한 지 10년 만에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식소 공사로 토요일까지 수업하고 과제가 몰아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그다음 학기부터는 코로나19가 유행해서 온라인수업으로 대체됐다. 연이는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사람과의 만남을 최소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록 첫 시작은 엉망이었지만, 무언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이는 대학원 공부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