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이런저런 동기들과의 갈등 속에 고통스러워한다. 로맨스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연이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사실 그러한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와 과외를 하고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지만 학우들과의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연이는 이유를 모른 채, 결국 완전히 고립되고,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런 연이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건 독서와 글쓰기, 피아노 연주, 여행이었으며 연이는 졸업 후,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옛 선후배, 동기들과 다시 연결되고 또 한 번 고통에 빠진다. 그리하여 연이는 상담과 정신과치료를 병행했고 새로운 예술활동에 눈을 뜬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까지 대학교에서 힘든 일을 겪는다. 집안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부모님도 힘겨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는 여행을 갔다 오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점차 안정되어 간다.
행복과 불운 사이를 자잘하게 진자 운동 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연이는 어느새 서른다섯이 되었다.
-5화-
연이는 매일 아침 강남교회에서 밥을 먹고 곧바로 독서실로 가서 타이머를 켜고 공부하는 수험생활을 반복했다. 밤 11시에 공부를 마치고 타이머를 멈추면 정확히 13시간을 가리켰다. 스터디 언니와 인사를 하고 고시원으로 돌아와 씻고 마지막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잠에 드는 나날을 반복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후 임용시험 공고가 떴다. 티오는 4학년때에 비해 반토막이 나있었다. 지역가산점도 확대됐다. 연이는 하는 수없이 경기도로 치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게 연이의 불행의 서막을 예고했다. 연이는 매일 13시간씩 공부한 끝에 1차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2차 전공시험도 어렵지 않았다. 이제 3차만 남겨두고 있었다. 연이는 백화점에 가서 그동안 고생한 자신을 위해 고르고 골라 겨울 블랙 코트를 샀다. 연이는 3차 시험장으로 향한 교통비, 모텔비 모두 자신이 기간제 교사 때 번 돈으로 해결했다. 연이는 결국에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간제 교사 때 번 돈은 거의 다 써 갔다.
연이는 신규교사임용연수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자신을 대학생활 내내 괴롭힌 동기와 재회했다. 연이는 한 번의 눈인사 외에 그 동기여자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숙박은 교생실습을 같이 한 언니와 머물렀지만 점심은 대학생 때는 데면데면했던 다른 동기 언니와 함께 했다. 그 언니와는 난생처음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보았을 정도였다. 그 언니는 연이에게 “똑똑하다.”를 연발했다. 비슷한 지역으로 발령 나자 먼저 메신저로 쪽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주일간의 대화로 속속들이 알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그 이후로 만난 적도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다.
연이는 기간제 교사 경험이 있어서 자신이 있었다. 그때처럼 5학년 담임을 맡게 됐다. 연이는 후에 면 소재지 학교였던 그 학교에서의 2년, 읍내 학교에서의 1년, 그 지역에서의 3년을 행복했지만 한편으로 지독히 힘들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학생들, 심지어 다른 반 학생들은 자신을 무척 좋아했지만, 동료 교사들은 배척과 따돌림으로 일관했다. 그때 연이는 드라마 <하얀 거탑>을 보면서 깊은 공감에 빠졌다. 학교는 수업이라는 본질은 빼두고 정치게임으로 굴러가는 곳처럼 보였다. 한 번은 전날 새벽 12시까지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느라고 다음날 수업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 연이는 회식자리가 너무 싫었지만 그곳은 술과 노래방, 줄 서기로 평가가 갈리는 곳이었다. 연이는 3년 차 때 결국 그곳을 나왔다. 아니 탈출했다.
새 지역의 새로 옮긴 학교는 좋아 보였지만, 그곳에도 난관은 있었다. 그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1년 차 때 교장선생님이 친한 대학 동기사이였다. 수시로 교장실로 불러서 말을 걸었다. 자신이 아는 사람을 소개해준다고 해서 부담스러웠다. 여교감선생님은 그런 연이를 못마땅해하고 사적 감정을 실어서 괴롭혔다. 선배 여교사들은 성희롱을 하고 못살게 굴었다. 그렇게 평판을 훼손하고 업무를 몰아주고 가식과 조롱으로 업무훼방과 평가절하를 반복했다. 조직적인 괴롭힘이었지만 어디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연이는 신규교사의 패기는 사라지고 점점 교직에 대한 의욕을 잃어갔다. 학습된 무기력이 심화되어 갔다. 어느 날 TV를 켜놓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직장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 갑이지.”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연이가 생각하기엔 직장에서는 아부와 줄타기, 정치질 잘하는 사람이 갑이었다. 힘세고 권력으로 찍어 누르는 사람이 갑이었다. 잘해봤자 괴롭힘 당한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졌다. 그러면서 최소한만 하자는 생각으로 변질돼 갔다.
그렇게 자기 보호의 갑옷을 입기 시작했다. 훗날 연이는 그 시기 즈음을 인생 최악의 시기로 기억했다. 학교는 지긋지긋했고 세상은 폭력적이었고 연이는 숨 막혔다. 또다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경기도로 교환근무 신청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