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놉시스] 폭풍전야 4화

by 루비

원라이너

대학 새내기가 겪은 외로움과 좌절, 고통 속에서 길어 올린 한 줄기 희망


시놉시스

연이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이런저런 동기들과의 갈등 속에 고통스러워한다. 로맨스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연이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사실 그러한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와 과외를 하고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지만 학우들과의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연이는 이유를 모른 채, 결국 완전히 고립되고,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런 연이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건 독서와 글쓰기, 피아노 연주, 여행이었으며 연이는 졸업 후,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옛 선후배, 동기들과 다시 연결되고 또 한 번 고통에 빠진다. 그리하여 연이는 상담과 정신과치료를 병행했고 새로운 예술활동에 눈을 뜬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까지 대학교에서 힘든 일을 겪는다. 집안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부모님도 힘겨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는 여행을 갔다 오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점차 안정되어 간다.

행복과 불운 사이를 자잘하게 진자 운동 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연이는 어느새 서른다섯이 되었다.




-4화-


연이는 어느새 4학년이 되었다. 이제 겨우 스물두 살 일 뿐인데... 과에는 연령대가 다양해서 서른이 넘는 언니오빠도 있었고 이제 막 이십 대 중후반을 넘어가는 언니들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남자동기들은 연이와 비슷한 나이대가 많았다. 한 번은 남자 교수님이 여자는 스물세 살만 넘어가면 노화가 시작된다라고 말해서 불쾌하게 느껴졌다. 아마 듣고 있던 모든 동기 여자들이 다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임용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연이는 막막함이란 이런 거구나 다시금 느끼게 됐다. 고3 수험생이 됐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었다. 방대한 교육학과 교육과정의 공부량에 혀를 내둘렀다. 재수, 삼수, 심지어 사수, 오수까지 하는 선배들이 다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외로움이 밀려왔다. 1년간의 공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지 두려웠다. 게다가 과에는 친한 동기가 거의 없어서 학교 도서관에는 매일 혼자서 왔다 갔다 했다. 그때 연이에게 유일한 힘이 되어준 건 mp3였다. 연이는 새벽에 도서관에 갈 때도,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mp3를 듣고 했다. 어떤 때는 교육과정 해설서 녹음본을 듣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공부를 요령 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동아리에서 알게 된 오빠한테 물어보면서 친해졌다. 그 오빠는 서울대를 중퇴하고 온 오빠로 공부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필기방법이나 암기방법 등 공부법을 조언받았다. 하지만 연이는 그 오빠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없었다. 그런데 그 오빠는 자꾸만 연이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해서 부담이 됐다. 그러면서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너네 과 동기들한테 다 말한다. 너 과에 친구 없지?”라는 식으로 무섭게 말했다. 연이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막막하고 무서웠다. 그 후로는 줄곧 혼자 공부를 했다.


연이는 임용시험을 치렀고 다행히 1차 시험은 통과했다. 교직논술 시험은 우수한 성적을 받았지만 교육학 시험에서 아쉬운 점수를 받았다. 2차 교육과정 시험을 잘 쳐야 했다. 간당간당했지만 2차도 통과했다. 하지만 3차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면접 당일 날 너무 긴장을 했다. 게다가 경기도는 고사실마다 점수 편차가 컸던 점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연이도 3차에서 많은 점수가 깎인 채로 불합격하고 말았다. 합격 발표가 있던 날 고등학교 친구가 옆에서 위로를 해주었다. 연이는 허탈했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처음 대학 입학시험에서 가군 대학에 떨어졌을 땐 식음을 전폐했는데 이번엔 한 해 더 준비하면 되지란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기간제 교사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1년 간 공부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집 근처 학교에 6개월 기간제 자리가 있었다. 방학 기간은 제외한 꼼수 계약이었지만 감지덕지하며 받아들였다. 연이는 경기도 고사실에서 친해진 다른 교대 오빠가 있었다. 그 오빠는 연이와 대화하는 게 재밌다고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 그리고 얼마 후에 헤어졌다고 말했다. 연이는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너무 싫었다.


얼마 후에 친구가 소개팅을 시켜줬다. 유명한 배우와 사촌지간이라고 했다. 하지만 연이는 임용만 합격하면 사회인인데 그 남자는 삼수한 친구처럼 대학 초년생일 뿐이었다. 연이는 임용시험에 집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기간제 근무를 같이 했던 선생님들께 자신은 노량진에 들어갈 거라고 말했다. 모두들 폐인이 될 거라며 말렸지만 연이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간제 근무를 마치기 1주 전 노량진에 가서 방을 알아봤다. 여러 고시원을 둘러본 후, 적당한 가격에 남녀층이 분리되어 있고 깨끗한 고시텔을 계약했다. 창밖으로는 한강과 63 빌딩이 보였다. 빨래는 옥상에서 널 수 있게 되어있었다. 연이는 그 고시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스터디원도 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남자 2명, 여자 2명이 모여 같이 공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사이가 틀어졌다. 결국 언니와 둘이서 하게 됐다.


연이는 우연히 노량진에 있는 강남교회에서 수험생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음날 가보았다. 정말로 많은 수험생들이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연이는 그렇게 아침은 강남교회에서 먹고 점심은 스터디 언니와 먹었다. 저녁도 함께 먹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매일 사육신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단종 폐위를 반대하고 복위를 추진한 사육신들을 기리는 공원은 작고 소박했다. 그곳에서 네 잎클로버를 찾기도 하고 저 멀리 한강을 건너는 기차를 바라보면서 올해 안에 꼭 임용시험에 합격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연이는 대학 4년 시절과는 비교도 안되게 차라리 지금 이 순간이 훨씬 행복하다고 느꼈다. 번잡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순수하게 공부에 몰입하고 다정한 언니와 공부하며 보내는 시간이 편안했다.



ChatGPT Image 2025년 12월 6일 오후 10_47_06.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