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이런저런 동기들과의 갈등 속에 고통스러워한다. 로맨스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연이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사실 그러한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와 과외를 하고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지만 학우들과의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연이는 이유를 모른 채, 결국 완전히 고립되고,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런 연이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건 독서와 글쓰기, 피아노 연주, 여행이었으며 연이는 졸업 후,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옛 선후배, 동기들과 다시 연결되고 또 한 번 고통에 빠진다. 그리하여 연이는 상담과 정신과치료를 병행했고 새로운 예술활동에 눈을 뜬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생까지 대학교에서 힘든 일을 겪는다. 집안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부모님도 힘겨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는 여행을 갔다 오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점차 안정되어 간다.
행복과 불운 사이를 자잘하게 진자 운동 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연이는 어느새 서른다섯이 되었다.
-3화-
연이는 학과 공부가 너무 재미없었다. 학점은 엉망진창이었다. 유일하게 학점을 잘 받은 과목이 아동문학교육과 피아노실기였다. 아동문학교육은 권정생작가와 이오덕작가에 대해 탐구하고 아동문학을 하나 정해 비평문을 작성했다. 블로그에 올리자 동기가 왜 과제를 올리냐며 댓글을 달았다. 피아노실기는 교수님이 소나타 곡 한 곡을 정해서 연주실력을 평가한다고 했다. 연주는 졸업연주회 곡 연습으로 시간이 모자라다는 생각에 초등학생 시절 좋아했지만 아주 쉽게 칠 수 있었던 곡을 정해서 몇 번 연습하지도 않고 시험을 쳤다. 그러자 교수님은 아주 놀라워하며 칭찬해 주었다. 연이는 클래식에 비해 코드 반주는 자신이 없어서 C그룹에 속해 있었는데 그 차이로 인해 교수님이 깜짝 놀라신 것 같았다. 교수님이 평소 음악과 예배 참여를 중요시 여기고 연주회에 동원하는 경우가 있어서 조금 불편한 감이 있었는데 이 일로 조금은 마음이 열린 기분이었다.
연이는 3학년 때부터는 공부방 방과 후 활동에 다니기 시작했다. 소외 계층이 모여사는 동네에 있는 작은 방과 후 공부방이었다. 공부방 교장선생님은 학교 선배였지만 학생 운동으로 전과기록이 생겨서 취업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연이는 매주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행복했다. 같이 다니던 동기 언니들은 인기 비결을 물어보곤 했다. 연이는 공부방 봉사활동 과정을 UCC로 찍어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방송반 동아리 친구에게 말하자 조금은 깎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연이는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편의점에서 읽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이란 책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기쁜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구절...
연이는 이때 한창 UCC영상 만드는 것에 빠져 있었다. 한 번은 파주에 다녀와서 헤이리마을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대전의 한 대학교 공모전에서 이 영상이 뽑혀서 상금을 받기도 했다. 연이는 고등학생 땐 어린 왕자를 주제로 한 개인홈페이지에 빠져 살더니 대학생 땐 UCC영상 만들기와 공모전 참가에 빠져 살았다. 한 지방신문사의 공모전에 당선되어 마카오 여행 에어텔에 당선되기도 했다. 연이는 맨 처음 자신의 단짝친구라고 믿었던 고등학교 동창에게 연락했다. 그때 그 친구는 “마카오가 어디야? 난 못 가.”라고 말해서 실망했다. 대학동기에게 말해볼까 하다가 해외까지 같이 가기엔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남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 동창은 이해한다면서 가족끼리 가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그런데 몇몇 대학동기는 서운해하는 눈치였다. 연이는 괜히 말했다 싶었지만, 이미 신문에도 당선자 명단이 올라와서 말 안 해도 아는 동기들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교내 신문사에서 기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축제의 일을 원고를 써서 보냈는데 동기는 “글 잘 썼다. 근데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말자.”라고 해서 당황했다. 연이는 자신이 글을 잘 썼는데 왜 보여주지 말자고 할까 이해가 안 갔다. 그러면서 그 동기에게 거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연이는 점점 인간관계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에 골몰할 때 즈음, 교생실습이 다가왔다. 스물한 살, 처음으로 교생선생님이 되어 초등학교로 출근을 하였다. 연이네 반은 교생 선생님이 모두 세 명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삼십 대 초반으로 매우 유능한 분이셔서 배울 점이 많았다. 첫 교생실습은 2주 동안 행복하게 지나갔다. 첫 수업 때만 하더라도 덜덜 떨며 교대를 자퇴해야 하나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어느새 많은 것들을 배우며 부쩍 성장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몇몇 대학동기들에게서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자신이 맡게 된 반의 담임 선생님이 형편없어서 싫다는 동기들도 많았다. 그들은 “저 선생님한테는 내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다.”라는 정도로 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연이는 세 번의 교생실습 모두 훌륭한 담임 선생님만 만났기에 자신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교생실습을 할 때마다 다른 과 동창들을 많이 알게 됐다.
그러면서 소문에 휩싸이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 다른 과 오빠는 연이에게 짜장면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다. 회식 자리에서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오빠의 같은 과 동기언니는 피자를 먹다 말고 갑자기 "00가 연이샘 좋아해요."라며 당황시켰다. 연이는 너무 불편하고 고민이 되어서 친하다고 믿은 동기에게 말했다. 하지만 들려온 소식은 그 오빠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도서관에서 만났는데 그 오빠가 아는 체를 하지도 않고 지나가버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서관 출입증이 없자 문을 뜯어서 열어주더니 돌변한 태도에 당황했다. 너무 혼란스럽고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연이는 대학생활 내내 그런 이상하고도 이해가 안 가는 일을 많이 겪었다. 그러면서 연이의 고립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기숙사에서 공부한다던 동기 여자애가 수시로 “너 지금 공부하니?”라고 문자를 보내올 때마다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불편해졌다. 연이는 공부 메이트가 필요했다. 구속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편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