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아빠 생신 차 외식하던 레스토랑에서였다. 나는 아빠 생신을 기념하는 외식 때 내가 밥을 사준다는 생색을 내며 동생한테 무심하게 대했다. 그때 동생 표정이 너무 가여웠다. 그런데도 나는 매번 얻어먹기만 하는 동생이 너무 짜증이 났다. 평소엔 티도 잘 안 냈는데, 그날 부모님이 동생 연금을 내주라는 말에 더 기분이 언짢아졌다. 사실, 한 달에 9~10만 원 내는 거 얼마 되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속상했던 걸까? 차라리 내가 기부금 내는 거, 아껴서라도 동생한테 더 많이 퍼줄 수 있었는데 뭐가 그렇게 아까웠던 걸까?
20대 때, 나는 동생과 종종 데이트를 즐기곤 했다. 나는 내 남동생이 너무 좋았다. 남자친구도 없고, 친구도 별로 없어서 동생과 콘서트도 가고 백화점 쇼핑도 가고 영화도 봤다. 그럴 때마다 군말 없이 따라오는 동생이 좋았다. 동생과 용산의 영화관에서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을 봤다. 동생과 유키구라모토&스티브 바라캇& 이루마 콘서트를 다녀왔다. 동생과 함께 단옷날 행사를 구경 갔었다. 그 모든 것들이 아련하다. 참, 동생이 옥천에서 대학에 다닐 때는 내가 가자고 해서 대전 국립 과학관을 탐방하기도 했다. 동생은 그토록 착하고 순한 청년이었다.
동생에게 가장 그리운 점은, '하하하' 웃는 것과 그리운 '손길'이다. 동생은 가끔 바보처럼 '하하하' 하곤 웃고 했다. 나는 그렇게 웃지 말라며 타박을 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토록 그리울까? 너무나 사랑스러운 내 동생의 웃는 것도 구박하고 나는 너무나 못난 누나였다. 동생은 나한테 용돈을 받는 대가로 내게 안마를 해주곤 했다. 내가 저녁 늦게 오면 데리러 오기도 하고, 새벽 일찍 출장을 가면 전철역까지 데려다주곤 했다. 이제 동생이 없어서 부모님이 시간 될 땐 태워주시고 대부분 혼자 다녀온다. 그럴 때마다 동생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 한편이 서늘해진다.
과연, 동생이 없는 세상에서 기쁜 일이란 무엇일까? 아무리 기쁜 일을 찾으려고 해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요새 드라마 <미생>을 보는데, 장그래가 마치 동생을 닮은 것 같다. 내 동생도 한 국립공단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동생은 수도권 대학을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공부해서 편입에 성공했다. 그렇게 내 동생은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은 성실하고 착실한 청년이었다.
나는 아직도 나에게 화가 난다. 사실, 내 동생이 힘든 만큼, 나도 참 많은 시간이 힘들었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살려다가 동생을 놓치고 말았구나. 우리 둘 다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께서 마음고생이 심하셨다. 나라도 잘 살았으면, 나라도 건강했으면 동생을 더 잘 지켜주고 보호해 줬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화가 난다. 너무 나만 생각한 것 같아서 내가 미워진다.
내가 가장 혼란스러운 건, 동생을 너무 갑작스럽게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엄마에게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나는 머릿속이 얼음장이 쩍쩍 갈라지듯 부서지는 기분이 들었다. 생애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이 무엇인지 처절히 느꼈다. 한 번도 실감하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 '내 곁을 떠난다는 것'에 대해 뼈저리게 체험했다. 다시 또 그런 상실을 겪으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밤이 되면, 무서운 생각이 들곤 한다. 우리 부모님이 100살 넘어서까지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어느새 나도 나이 앞자릿수가 또 바뀌고 말았다. 어릴 땐, 삶이 이토록 고통과 슬픔, 절망으로 가득 찼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저 해맑게 새근새근 엄마가 시키는 대로 살면, 다음날 또 아침, 신나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학교로 등교하던 어린이였다. 이제 삶의 무게와 깊이를 체험한 지금, 이제 내가 바라는 점은, 앞으로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그들과 오래오래 아픔, 슬픔 없이 행복했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것이 아마 세상을 떠난 동생이 우리 가족에게 바라는 점일 것이다. 떳떳하고 행복하게 잘 산 후에, 천국에서 동생을 당당하게 다시 만나고 싶다. 사랑하는 내 동생, 부디 그곳에서 편안히 고통 없이 행복하게 머무르다가 다시 만나자! 사랑해~
https://youtu.be/3kzOKBaUPIs?si=wqUyKwVMtGupK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