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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Dec 22. 2021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기

성경에서 깨달은 삶의 철학

 팬데믹 상황은 도대체 언제 끝이 날까? 오늘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서고 위중증 환자는 역대 최다라고 한다. 천주교 신자로서 무엇이 하느님을 노하게 한 것일까 생각해본다. 그러다가 막심 므라비차의 exodus(출애굽기)를 듣게 되었고 이내 영화 <이집트 왕자>까지 보게 되었다. <이집트 왕자>는 성경 중 창세기 다음 편인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얼마 전에 막 창세기 공부를 끝낸 나는 간략하게나마 알고 있던 출애굽기 이야기가 궁금해서 서둘러 <이집트 왕자>를 보았다. 그리고 이 역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힌트를 얻었다. 그것은 바로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기’이다.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기’라고 하면 도대체 그게 무언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 지천명도 50세는 되어야 하지 않는가. 살아온 세월이 얼마 되지 않은 우리는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고 더 많이 알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할 때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기’란 결국 선하고 옳은 것을 추구하며 진실된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 그것인 것 같다. 누군가는 시덥잖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선하고 옳은 것을 추구하며 사는 삶은 결코 쉬운 삶이 아니다. 우리는 매 순간 유혹에 이끌리고 욕망과 욕심, 두려움을 회피하고자 하는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 강한 자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의 조나단 리빙스턴 같은. 또는 바로 앞서 소개한 <이집트 왕자>의 주인공이자 출애굽기의 주역 ‘모세’ 같은 사람.


 몇 년 전, 우리 학교는 교장선생님이 담임교사들을 학생들의 도서 실적 대출로 일주일에 한 번씩 교무실에서 공개하고 엄청 압박을 주었다. 우리 반 학생들은 도서대출실적이 저조했기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직 저경력자였던 나는 옆반 부장 선생님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교실로 찾아갔다. 하지만 내가 목도한 것은 읽지도 않은 책들을 반장을 시켜서 대출목록에 잔뜩 올리는 것이었다. 후에 이런 이야기를 학교에서 이야기하자 돌아온 반응은 그 정도는 다 하는 거 아니냐였다. 나는 마치 식품업자가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는 것과 공무원들이 연말에 보도블록 뒤집는 것과 의사들이 과잉진료로 비판받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란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독서는 다량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을 읽어도 깊이 있게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출권수로 실적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전제이다. 하지만 그 당시는 그게 교육의 성과지표였다. (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흐름으로 바뀌었다.) 아무튼 나도 그 선생님을 따라 하려다 학생들 앞에서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 반장에게 시키려던 것을 철회했고 학생들은 그 모습에서 감명을 받은 듯했다.


 창세기 50장 20절 구절은 다음과 같다. ‘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 나는 창세기 말씀 중에 이 구절이 가장 와닿았다. 세상의 흐름대로 살다 보면 뭐가 선이고 뭐가 악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한나 아렌트가 자신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쓴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처럼 우리는 나도 모르게 죄를 짓고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세상을 편하게 사는 법이니깐. 그런데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던 요셉, 그리고 이집트의 왕자 모세처럼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진정 세상을 이롭게 하고 선을 행하는 것이다. 비록 요셉처럼 시기, 질투한 형들로 인해 이집트 땅에 팔려가거나 모세처럼 어린 시절을 함께한 형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할지라도.


 어쩌면 우리가 이 팬데믹 상황을 끝내는 것도 바로 거기에 해답이 있을지 모른다. 매 순간, 매 상황을 하늘의 눈으로 바라보며 행하기. 그런 사람들이 모여 바로 홍해의 기적을 일으킨다.





https://youtu.be/l7-ZPN9t_cA 영화 <이집트 왕자> OST 'When you beli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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