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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an 10. 2022

내 편, 네 편, 우리 편

윌리엄 텔과 떡배 단배, 그리고 나

윌리엄 텔과 떡배 단배, 그리고 나

 불안한 기운의 음색으로 시작하여 점차 고조되다가 평화롭게 끝마치는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로시니가 37세 때인 1829년 작곡한 작품으로 스위스의 활의 명인인 윌리엄 텔과 그를 폭압하는 오스트리아 총독 게슬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슬러는 윌리엄 텔이 활을 잘 쏘는 것을 알고 그를 골려줄 생각으로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명중시키라고 말한다. 총독의 명이라 어길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활을 쏘지만 결국은 사과에 명중을 해 아들은 무사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실수를 대비해 준비해놓았던 활 때문에 결국 붙잡히고, 윌리엄 텔과 스위스 백성들이 힘을 모아 게슬러를 무찌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윌리엄 텔 이야기를 다시 한번 살펴보다가 오늘날의 무수한 게슬러 같은 사람들을 떠올려봤다. 우리는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서로의 정당과 지지자를 내세워 핏대를 세우고 꼬투리를 잡아 상대편을 비방하며 침소봉대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꼭 정치적 사회현상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그 자체가 권모술수고 중상모략이 판을 치고 싫어하는 대상을 음해하고 일부 어리석은 자들은 그런 것에 놀아나고 분열도 이런 분열, 혼란이 없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사람들은 정말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 진정 옳은 게 무엇인지 올바르게 분별할 수 있는 걸까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화인 〈바위 나리와 아기별〉을 쓴 동화작가 마해송의 또 다른 작품인 <떡배 단배>는 외세에 대한 저항의식을 담은 동화이다. 갑동이와 돌쇠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무비판적이고 게으른 인물과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인물로 대비시키고 있다. <떡배 만배>는 해방 이후 6·25 전쟁 전에 쓰인 작품인데 전쟁 후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된 한국의 현실을 잘 예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역사적 흐름 속에서 마해송 작가는 동화 작품을 통해 민족적 주체 정신을 내세우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듯이 오늘날의 현실도 전혀 다르지 않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휴전의 연장선 상에서 남북으로 분단된 상태이고 한국 사회는 각종 이념과 계층, 젠더, 빈부 등으로 나뉘어 무수한 혐오와 갈등, 차별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현상 속에서 또다시 윌리엄 텔이나 떡배 단배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며 사람들의 마음에 환한 깨우침을 주고자 할 것이다. 한 가지 씁쓸한 점은 앞으로도 어두운 사회현상은 반복될 것이고 한 가지 희망적인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자문해보았으면 한다.






https://youtu.be/e4COv8-cHNU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카라얀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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