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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성숙할 때는 매력적인 외모에 설렘을 주는 사람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삶의 경험이 쌓이니깐 그런 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는 그 사람의 인격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진짜 멋진 사람은 화려하게 꾸며진 외면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이다. 그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공감 능력, 책임감, 갈등 해결 능력, 돌봄 능력 등이 포함된다.
나는 스토킹도 1년이나 당하고 해킹이 의심되어서 경찰서도 찾아가 봤으며 온갖 이상한 사람들한테 지독하게 시달렸다. 그때도 분명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었지만 난 화려한 외모에 먼저 반하곤 했던 것 같다. 예전에도 외면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머리로는 알았다. 하지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온갖 이상한 사람들을 지독하게 겪고 나서 빛나는 내면이란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았다. 사랑을 하게 되면 결국 함께 살고 싶어질 것이고 결혼을 유지한다는 건, 그 사람의 인격과 품성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결혼했는데 배우자가 불의의 사고로 몸져누우면 어떡하지? 내가 평생 병간호를 해야 한다면? 그건 너무 최악의 상황이긴 하지만 만약에라도 얼마든지 닥칠 수 있는 일이다. 한 동화작가의 인터뷰글에서 배우자가 불치병에 걸려 지극히 몇 년간을 간호했는데 결국 그를 떠나보내고 나서 한편으로 후련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심정이 조금 불편하면서도 솔직한 고백에 한 편 이해가 갔다. 병 앞에 효자 없다는 말 있듯이 나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분명 그런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하니깐 말이다. 그러므로 결혼이란 이 사람이 설사 불치병에 걸려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각오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드라마나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건 허황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거야말로 우리의 현실을 가장 낭만적이고도 현실적으로 살게 해주는 현실 기반의 이야기다. 어떤 작가는 100%도 아닌 200%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런 사람을 만나려면, 먼저 나의 기준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내가 감당가능한 것과 감당가능하지 못한 것을 구별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에 현혹될 게 아니라 그의 마음 씀씀이를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는 물불 안 가리고 감정 하나로 뛰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면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만 보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된다. 정말 성숙한 사랑은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이 아닌, 그와 내가 함께 서있는 현실에서 조용히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 동지애가 싹틀 때, 위기 속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