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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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에서 공부할 때 새벽 6시에 일어나 거리를 걷곤 했다. 그때 막 판매를 준비하던 상인들의 분주한 모습과 새벽의 청량한 공기가 내 머리를 맑게 하고 기분을 들뜨게 했다. 그렇게 활기찬 거리의 모습이, 저 멀리 보이는 63 빌딩이, 아 세상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구나! 활력을 느끼게 만들어줬다.


인공지능이 침투하는 세상 속에서, 자꾸만 상업화되고 대형화되는 세상 속에서 정말, 가치 있는 건 소박하고, 성실한, 우리네 사람 냄새가 나는 게 아닐까. 그래서인지 요새도 난 대형마트보다 마을 시장에 가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빠르게 소비되는 문화 속에서 경쟁적으로 매력을 뽐내고, 신속하게 선택하고, 스펙을 자랑한다. 하지만 소중한 관계는 그런 인공적인 포장이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처럼 느리게 살아 숨 쉬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작은 숨결, 사랑의 표현이 마음을 따스하게 해 준다.


처음엔 어느 베스트셀러 작가가 인공지능 사용을 조금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 시대에 뒤처지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공지능에 도움을 많이 받아오면서 적절히 사용하면 도구가 되지만, 과하게 사용하면 나를 잠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쳤다. 안데르센의 동화 <그림자>라는 이야기처럼, 주객이 전도되어 어느새 내가 인공지능이란 그림자에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쏟아지는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더 자주 걷고, 더 느리게 세상을 음미하며, 사람의 숨결이 가득한 사랑을 따스하게 주고받아야겠다. 그것이 바로 사람 냄새 가득한, 고향마을처럼 푸근한 우리네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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