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2반 담임 선생님이던 시절
2013년, 스물일곱 살이던 시절 4년 차 교사가 된 나는 처음으로 6학년을 맡게 되었다. 이전에 5학년을 두 번 맡아본 적은 있지만, 6학년은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나는 쾌적한 교실 환경을 준비하기 위해 교실 쓰레기통까지 물로 세척하며 정말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옆반 선생님은 “누가 쓰레기통을 물로 씻어요?”라고 할 정도였다.
우리 반 아이들은 15명이었는데 남학생이 7명, 여학생이 8명이었다. (후에 여학생 한 명이 전학 갔다.) 원래 큰 학교였는데 학생 수가 줄어들어 학급도 많이 감축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유휴 교실이 많아 우리 반은 우리 반 교실 외에 특별실 두 군데나 더 청소해야 했다. 매일 세 교실을 청소하기는 힘들어서 청소 당번을 짜서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청소를 했다. 아직 학생들에게 익숙해지기 전, 청소시간에 낑낑대며 청소를 하다가 눈앞에 보이는 남학생한테 “여기 좀 쓸어봐.”라고 하자 그 남학생은 “제가 왜요?”라며 있는 대로 성질을 부렸다. 나는 너무나 당황했다. 산촌마을에서 순진한 학생들만 맡아오다가 도시로 온 첫해에 만난 남학생의 당돌하다고 해야 할지 당당하다고 해야 할지 너무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해에는 교내 합창 대회도 있었고(우리 반은 <마법의 성>을 불러 우수상인가 탔던 걸로 기억한다), 교내 영어 동극 대회(우리 반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재구성해서 출전했다.)도 있었고 학예회에 졸업 공연까지 1년이 다이내믹하게 지나갔다. 내가 사정상 시간표를 몇 번 바꾸자 학생들이 어찌나 반발하던지 잡음도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수업 시간에 2011년인 2년 차 때 교원정보소양 인증대회 시도대회에서 1등 했다고 하자 남학생 한 명이 그럼 타자 대결을 하자고 했다. 평소 500타는 가뿐히 넘는 나는 그 학생을 이겼고 그 학생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즐거워했다. 또 하루는 갑자기 컴퓨터 CD롬이 작동이 안 돼서 내가 영어 수업 시 대화 예문을 직접 목소리를 바꿔서 실감 나게 연기해주었더니 학생들이 자지러지게 웃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중학교 입학 원서 작성을 앞두고 ‘맹모삼천지교’에 대해 설명하다가 맹자를 모른다는 학생들에게 공자, 순자, 노자, 장자, 묵자 등을 이야기하자 또 어찌나 웃기다고 웃어대던지…. 처음에는 거칠고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참 순진하고 귀여운 학생들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이때 우리 반은 안 좋은 말이나 욕설을 쓰면 동시 한 편씩 외우기를 시켰는데 우리 반 여학생 한 명이 순식간에 “다 외웠어요.” 하며 칠판에 자신이 외운 시를 적었다. (동시는 아니지만) 그 시는 바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었다. 2012년 경북 영양에 근무했을 당시, 같은 학교 신규 선생님과 영양군 일월면에 있는 <조지훈 문학관>에 놀러 갔을 때 안에서 시화 전시회를 하고 있어 처음 접하게 된 시인데 우리 반 제자를 통해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그 시를 알고 외우려고 했던 여학생의 마음이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2014년 2월에 학생들을 졸업시키고 3년 뒤(만 2년 뒤) 2016년 6월에 학생들과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남학생들은 다 왔는데 여학생은 7명 중에 2명이 왔다. 다들 사정이 있다고 미리 알려주긴 했지만 조금 아쉽긴 했다. 어찌 되었든 만난 제자들과 찜닭도 먹고 스티커 사진도 찍고 오락실도 가고 노래방도 가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그 후로도 몇 번 연락을 주고받고 SNS에서도 교류했지만, 시간이 흘러 흘러 지금은 연락이 뜸해졌다. 문득 궁금해진다. 다들, 잘 지내고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