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싫어하는 어린이에게
책을 싫어하는 어린이에게

소라와 민유는 책 읽기를 정말 싫어한다. 그나마 조금 책을 읽는 소라도 만화책만 본다. 어느 날 소라와 민유가 학교를 마치고 집 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흙을 파헤치며 노는 데 이상한 표지의 책이 보였다. 자세히 읽어보니 책 제목에는 ‘이상한 나라로의 여행’이라고 쓰여있었다. 궁금해서 둘은 책 표지를 문질렀다. 그러더니 사방에서 바람이 불고 하늘이 번쩍이고 땅이 흔들리더니 소라와 민유는 낯선 곳에 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지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바닷가였다. 그런데 커다란 살결이 흔들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한참을 걸어가니 소인들이 보였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이상한 거인이 나타나서 포박 중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거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나는 걸리버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순간 소라가 “나 걸리버 여행기라는 책 표지를 본 적 있어.”라고 했다. 민유가 “그럼 우리가 책 속으로 여행 온 거야?” 말하는 순간 걸리버가 육중한 몸을 흔들어 밧줄을 모두 끊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소라와 민유를 올리고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소인들을 따돌리고 멀리 숲 속에 도착했다. 그 사이 걸리버와 소라, 민유는 같은 크기로 변해있었다. 걸리버와 작별 인사를 고하고 소라와 민유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멀리 나무 위에 앵무새 한 마리가 있었다. 앵무새가 말했다. “나를 따라와 봐.” 소라와 민유는 신기해하며 앵무새를 따라갔다. 그곳에 가니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를 한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있었다. “아니 이게 몇 년 만에 보는 사람이야! 사람을 만나다니 정말 기뻐!” 민유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나는 로빈슨 크루소야. 무인도에 표류해 몇 년째 혼자 지내고 있었지. 그런데 너희들은 여기에 대체 어떻게 온 거니? 그 옷은 뭐고?”
소라는 펄펄 뛰며 소리쳤다. “로빈슨 크루소라고요? 책에서 봤던 그 로빈슨 크루소!”
소라는 자신이 책에서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들려주며 곧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를 탈출할 거라고 귀띔해줬다. 소라는 으스대며 말했다. “로빈슨 크루소 책을 읽은 보람이 있네! 이렇게 진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민유는 “와, 정말 놀랍다!”라며 즐거워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놀던 셋은 정말 거짓말처럼 한 척의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되고 그 배를 타고 무인도 탈출에 성공한다.
소라와 민유는 로빈슨 크루소와 작별 인사를 한 후 다시 또 길을 걸었다. 수많은 상점과 집들을 지나 어느 골목길에 도착했을 때였다. 골목길 한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더니 '쿵'하는 소리가 났다. 달려가서 보니 좌우 색깔이 다른 양말을 신고 빨간 머리에 얼굴에는 주근깨가 나 있는 여자아이가 도둑으로 보이는 검은 남자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소라와 민유는 놀라서 가까이 뛰어갔다. “너는 누구니? 정말 힘이 세구나.” “내 이름은 말괄량이 삐삐! 저 도둑이 아버지가 주신 보물을 훔치려고 해서 혼내주는 중이야.”
소라는 또다시 펄펄 뛰며 소리쳤다.
“말괄량이 삐삐라고? 와!! 작년에 영화에서 널 봤어.”
민유가 옆에서 거들었다.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이라고 책도 있지 않니? 제목이 신기해서 흥미가 갔었는데.”
“모두 나를 알고 있구나. 그럼 우리 집으로 놀러 올래?”
소라와 민유와 삐삐는 함께 삐삐네 집으로 들어갔다.
“삐삐야, 네가 신고 있는 구두는 정말 크구나.”
민유가 말했다.
“응, 이건 우리 아빠가 남아메리카에서 사주신 거야.”
삐삐가 말했다.
“영화에서 본 대로야. 집에 아빠가 계시니?”
소라가 물었다.
“엄마 아빠는 안 계셔. 난 혼자 살아.”
띠리리링 띠리리링. 그때 전화가 울렸다.
“어, 앤. 지금 재미있는 아이들이 놀러 왔어. 너도 이리로 올래? 얘들아, 너희 앤셜리를 아니? e를 꼭 붙여서 앤이라고 불러 달라는 앤 말이야.”
“앤이라면 그 빨강머리 앤?”
소라가 말했다.
“응, 빨강머리 앤.”
“와, 너희 둘이 정말 친한가 보구나.”
민유가 말했다.
“우리 둘 다 상상력이 풍부해서 친해졌어.”
띵동. 띵동.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어, 앤 들어와!”
삐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앤은 집 안에 들어와 있었다. 소라와 민유와 삐삐와 앤은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포도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앤은 자신의 절친한 친구 다이애나와 사랑하는 가족 마릴라와 매튜에 대해서 연신 떠들었으며 길버트는 정말 마음에 안 든다고 이야기했다. 삐삐는 계속해서 자신이 직접 만든 옷에 대해 자랑했다. 그리고 소라와 민유에게도 어른들이나 학교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로운 삶과 모험을 추구하라고 이야기했다. 소라와 민유는 이 순간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꼈다. 어둑어둑해지던 하늘도 다시 밝아오고 어느새 새 아침이 되었다.
“난 이제 가봐야 해. 정말 즐거웠어. 너희들도 조심히 돌아가.”
앤이 말했다.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너희 친구들에게도 우리 이야기를 많이 들려줘.”
삐삐가 말했다.
소라와 민유는 아쉬움을 안은 채 작별 인사를 하고 삐삐네 집을 나왔다. 다시 길을 나와 저벅저벅 걷는데 길섶에 반짝이는 빛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것은 놀이터에서 문지른 바로 그 책이었다.
“와, 우리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어.” “어서 저 책을 문지르자.”
소라와 민유가 책을 문지르자 둘은 어느새 책 속 나라로 여행하러 오기 전인 놀이터에 도착해있었다. 둘은 큰소리로 외쳤다.
“책은 정말 재밌구나! 책 속 나라에서 만난 주인공들의 책을 꼭 읽어봐야겠어!”
대학원 동화창작 수업 과제로 작성한 원고입니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책의 재미를 알려주려고 지은 짧은 동화인데,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검색해보니 이미 비슷한 류의 책이 있더라고요.(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리하여 갈아엎고 다른 동화를 과제로 제출했습니다. 위 글은 묵혀두었던 원고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