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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May 14. 2022

일과 사랑, 놀이의 균형

영화 <인턴>을 보고


영화 <인턴> 스포일러 있습니다.



 프로이트가 말했어요.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게 전부다"라고(Freud said, "Love and work. Work and love. That's all there is.")로 시작되는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영화 <인턴>. 극장 개봉 후 2015년에 관람한 후, 7년 만에 다시 봤는데 느낌이 전혀 다르다. 영화 <인턴>에서 유리천장을 뚫고 성공한 여성 CEO로 분한 앤 해서웨이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회사생활의 애환을 보여주어서인지 배역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스물아홉에 본 영화 <인턴>은 고령의 인턴이 여성 CEO에게 노련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며 함께 성장하는 따스한 휴머니즘적 영화로 봤다면, 이번에 다시 보면서는 ‘일과 사랑’에 더 집중하며 봤다. 영화의 첫 대사처럼, 우리의 인생에 일만 있거나 사랑만 있거나 균형을 잃게 된다면, 과연 그 삶이 행복할까 의문이 들었다. 영화 속 줄스가(앤 해서웨이 역) 남편과의 불화로 “난 이미 불행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내의 성공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접고 전업주부로 전향하면서 남성성에 위협을 받고 그것을 바람피우는 것으로 해소하는 줄스의 남편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오스카의 저주란 속설처럼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들이 연인과 결별하거나 이혼한다는 사례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바로 영화 <인턴> 속 줄스도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 남편의 바람을 눈치챈 줄리는 자신의 인턴 벤(로버트 드니로 역)에게 어려움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 그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자신을 도울 다른 CEO를 영입하고자 하지만, 결국에는 벤의 조언대로 외부 CEO 영입 계획을 철회하고 자신이 키워온 회사를 계속해서 직접 경영하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남편도 아내의 일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떠나는 줄스와 벤


 일에 진심이라면 사랑에라도 진심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한쪽에서 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남자가 본인은 성취지향적이면서 여자는 자신을 내조하기만을 바란다면 불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지니고 배우자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남인숙 작가의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에서 꿈을 이뤄줄 수 있는 남편감들 목록 중에 다섯째는 다음과 같다.     


5. 다섯째, 가장 중요하면서도 당연한 것이지만 일하는 아내를 뒷받침해줄 용의가 있는 남자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아직도 많은 남자들은 퇴근 후 완벽한 저녁상을 차려 놓고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를 원한다. 맞벌이를 원한다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일하는 아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돈 버는 아내'를 원하는 것이며, 여건만 닿는다면 아내가 주부로 남기를 원하는 남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일함으로써 행복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이 남편이 된다면 천군만마가 부럽지 않은 것이다.     


 정말로 남자가 ‘일하는 아내’를 원하는 것인지 ‘돈 버는 아내’를 원하는 것인지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여자의 꿈과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해주기보다 그저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써만 대한다면 여자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나라는 사람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고 믿고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일과 사랑 두 가지를 모두 쟁취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충분한 놀이와 여가까지 허락된다면 완벽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멋진 시니어의 전형을 보여준 영화 <인턴> 속 벤처럼, 결국엔 일과 사랑 모두에서 성공을 거머쥔 줄스처럼, 인생을 멋진 나날들로 만드는 건, 각자의 노력과 안목에 달려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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