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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l 24. 2022

헤매고 헤매다 결국엔

길을 잃어도 결국엔 도달할 거예요

 늘 서울 사당동 연습실로 다니다가 오늘 모처럼 집 근처로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네이버 검색창을 열었다.

그런데 마침 걸어서 25분 거리 음악학원에서 공간을 빌려준다고 해서 전화로 예약을 하고 시간 맞춰 도착했으나 알려준 비밀번호로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다른 연습생들도, 강사 선생님들도 늘 그 번호로 하는데 왜 안되는지 모르겠네요.”


나 참. 왜 나만 안 되는 걸까. 결국 환불을 요청하고 터덜터덜 큰 길가로 나왔다. 이대로 집에 갈 수 없단 생각에 다른 곳을 알아보고 예약까지 성공! 네이버 지도로 버스를 찾아보고 막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점점 시외 쪽으로 빠지는 버스.


“기사님, 이 버스 OO아파트(연습실 바로 앞 정류장) 가는 거 아니었나요?”

“반대편에서 탔어야 하는데요.”

 나 정말 왜 이럴까. 결국 다음 정류장에서 바로 내리고 나는 반대편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도착하니 웬걸.

<이곳은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이 아닙니다>

 그래서 택시를 잡아보려 해도 지나가는 택시는 다 서울에서 온 택시들뿐이라 서울로 나가는 거 아닌 이상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결국 나는 무작정 다시 큰길을 향해 걸었다. 어느덧 예약한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순간 헨델의 <울게 하소서>라는 오페라의 아리아가 떠올랐다. 잠시 유튜브를 검색하여 소프라노 조수미 부른 울게 하소서를 감상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 머릿속은 ‘오늘 왜 이렇게 날 괴롭히시나요.’에서 ‘이 모든 일들도 신께서 나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 계획한 일이신 걸 거야.’란 생각에 미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 노선도를 보니 다행히 연습실에 가는 버스가 지나다녔다. 이미 예약시간이 다 된지라 연습실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한 시간 미뤄줄 수 있나 문의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도착했고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깨끗한 연습실에서 슈만의 <헌정>과 쇼팽 버전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을 연습하고 왔다. 1시간 뒤 제일 마지막으로 연습실을 나서고 다시 아까 내린 버스정류장의 반대편으로 가서 같은 버스를 탔다. 당연히 처음 버스를 탔던 곳으로 도착할 줄 알고.


 그런데 어느덧 차고지에 다다른 기사님이 차고지에서 내릴 거냐고 물어서 “네? OO중학교(집 근처) 안 가나요?” 하니깐 반대편에서 타야 한다고 하셨다. 난 오늘 도대체 내 일진이 왜 이러냐며 한숨을 쉬며 결국 한참을 기다리고 돌고 돌아 밤 10시에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폰도 꺼지고  이렇게 늦게 오냐며 죽은  알았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인생의 값진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헤매고 헤매도 결국엔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며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해도 결국엔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니 설사 길을 잘못 들었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는 생각! 문득 지난날 비슷한 경험을 했던 마카오 여행과 로마 여행이 떠올랐다. 그때도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한 마음에 길을 헤맸지만 결국 무사히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추억. 오늘  이사온지 1년도 안된 우리 동네  바퀴를 진하게 여행하고 왔다. 다음부터는 연습실을 아주  찾아갈  있을  같다. 인생도 그러지 않을까?



https://youtu.be/eBBd425-z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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