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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ug 06. 2022

하는 일마다 꼬인다면 이 영화를

모든 불운을 나한테 보내줘서 고마워! 영화 럭(Luck)

영화 럭(Luck). 판타지/코미디/애니메이션


<스포일러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잠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유난히 눈에 들어오던 영화 광고가 있었다. 초록색 배경에 초록색 옷을 입고 옆에는 검은색 고양이 한 마리가 다소곳이 자리한 이미지, 바로 애니메이션 영화 럭 Luck이었다. 검은색 고양이 하면 지브리의 <마녀 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고양이 지지도 유명한데 너무 식상하군이라는 생각에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애플 TV에 릴리즈 된 바로 어제 인터넷 뉴스로 기사를 다시 접하고 바로 보게 되었다. 불행한 여주인공이라는 소개가 인상적이어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까가 궁금했다.


 영화의 초반부는 지루하고 심심했다.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나 지브리의 센세이션한 애니메이션 영화들과 달리 전형적인 어린이를 위한 영화처럼 느껴졌다. 온갖 동물들이 다 나오고 인간세상과 다른 운의 왕국으로 떠난다는 판타지적 설정이 억지 같았다. 하품을 하면서 보다가 그만 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래서 불행의 아이콘, 여주인공은 어떻게 된다는 거지?’가 궁금해서 계속 보았다. 정말로 여주인공 샘은 행운의 동전을 손에 거머쥐었음에도 결국 그것마저도 불행으로 바꿔버리는 불행 오브 불행의 연금술사, 머피의 법칙의 대표선수였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불운만 연거푸 겹친 나는 그래서 더 샘에게 깊이 공감하며 영화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리고 결국엔 이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서 아주 커다란 위로를 받았다.


 샘은 운의 왕국에서마저도 모든 것을 불행으로 맞바꿔버리며 자조적으로 다음과 같이 내뱉는다.


 “내가 불운한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란 거. 그리고 어떤 행운으로도 그걸 고칠 수 없다는 것도.” 


 그런 샘에게 검은 고양이 밥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한다.


 “넌 나쁜 사람이 아니야 샘. 정반대지. 인간이 그럴 수 있는지 몰랐지만 순수하게 선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네가 제일 원하는 것조차 너를 위한 게 아니거든. 넌 다른 이들에게 좋은 일이 있길 원하잖아. 그러기 위해 넌 최악의 불운도 기꺼이 감수해. 너한테 애쓰지 말라고 한 말은 잘못됐어. 네가 애쓸 때마다 세상은 좋아진다는 거. 네 친구 헤이즐은 행운이 필요 없어. 네가 곁에 있다는 게 최고의 행운이야!”


 그리고 샘도 깨닫는다. 불운이 끊임없이 닥치면 끔찍하지만, 여전히 불운은 있어야 한다고. 불운을 받아들이는 게 외롭고 두렵지만, 불운으로 인해 일이 잘되기도 한다는 걸. 그리곤 오직 행운만으로 왕국을 복원하고자 하는 드래곤 베이브마저도 깨달음으로 인도한다. 샘은 불운을 통해 말하는 검은 고양이 밥을 만나 평생의 가족이 되었고(영화 줄거리 상으로는 후에 일이다) 드래곤 베이브도 평생의 사랑을 만나게 되었다고 말이다.


 되돌아보면 내 삶도 늘 그랬었다. 세상을 흑과 백의 이분법으로만 나눌 수 없듯이 내가 실패하거나 힘들 때 그 반대편에서는 항상 또 다른 즐거움과 기쁨도 함께 했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좌절할 때조차 나를 응원해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시련이란, ‘운명이 우리의 어깨에 위대한 책임을 지우기 전에 여러 가지로 우리 됨됨이를 시험하는 것'이란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땐 이해가 안 가고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한 해 두 해 나이가 먹을수록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아주 먼 훗날, 인생을 되돌아보며 나처럼 젊은 시절 감당할 수 없는 시련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당사자로서는 어린 나이에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이가 들어서야만, 인생을 많이 살아보고서야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애플 TV에서 개봉한 이 영화, 럭 Luck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오로지 영화 제목과 시놉시스만 보고 관람을 하게 되었는데 최고의 가족영화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초반부는 나에게 좀 지루하긴 했지만 어린이들은 매우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강하게 든다) 뿐만 아니라 자신은 평생 운이 없다고, 불행과 친구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바라볼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힘들 때마다 샘이 드래곤 데이브에게 한 말을 기억한다면 앞으로의 삶이 두렵지 않을 거 같다. 샘의 말을 빌려 모든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불운을 두려워할 거 없어요. 서로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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