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사랑한 남자

창작 이야기

by 루비

그 남자는 세 번의 헤어짐에 지쳤다. 혈혈단신 고아로 자라온 자신에게 유일한 사랑이라고 생각된 세 명의 여자 모두로부터 거절을 당한 것이다. 소리도 못 내고 울다가 우악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울다가 결국 몇 날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며 방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그 후 그는 돌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길가에 자신의 발에 채인 돌을 사랑하게 되었다. 돌이라면 절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돌을 집에 가져와서 자신의 침실에 놓아두었다. 돌을 바라보며 달콤한 사랑에 빠졌다. 이제 더 이상 이별은 없을 거라고 나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남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회사에서 멀리 호주로 출장을 다녀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남자는 불안해졌다. 자신이 일주일 동안 출장에 다녀오는 사이 집에 강도라도 들이닥친다면 그래서 사랑하는 돌을 훔쳐간다면 자신은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일주일이나 돌을 보지 못한다는 것도 견딜 수가 없었다. 매일 곁에 있어야만 살아 숨 쉬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돌을 출장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부드러운 자색 보자기로 돌을 감싸고 자신의 캐리어에 넣었다. 기내 안에서는 무릎 위에 올리고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함께 호주에 간다니 너무나 행복했다.


호주에서 미팅 장소로 돌을 담은 캐리어를 들고 갔다. 돌에게 뽀뽀한 후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그런데 돌이 사라지고 없었다. 남자는 너무나 놀랐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디로 간지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사랑하는 돌이 없어졌다고 했다. 다들 '미쳤군.' 하며 손가락질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협상이 결렬됐다. 회사에서도 일이 잘못된 책임을 물어 해고됐다.


그는 망연자실한 채 한국으로 돌아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의사 선생님이 그에게 물었다.


“돌을 사랑했다고요? 돌은 어떤 연인이었나요?”

“돌은… 돌은 그냥 돌이었어요.”

“아뇨. 돌에 대해 아는 대로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돌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네? 정말 돌을 사랑한 게 맞나요? 연인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고요? 돌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돌은 언제 편히 잠드는지, 돌은 언제 행복해하는지 모르세요?”

“그런 건 관심 없어요. 저는 그저 돌이 제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돼요.”

“그래서 돌이 떠난 건 아닐까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에게로요.”

“저는 진정으로 돌을 사랑했어요. 매일같이 제 곁에 두었다고요.”

“정말 사랑한다면 돌이 언제 행복한지 어떻게 해주면 좋아할지를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거예요. 어쩌면 이전 여자 친구들이 떠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소유하려들기보다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돌은… 이전 여자 친구들은… 지금 다른 사람 곁에서 행복할까요?”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났다면요. 이런 질문을 한 것 자체가 한 뼘 성장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에 또다시 인연을 만난다면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겨주세요.”


남자는 골똘히 생각했다.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겨라는 말에 목이 메여 마음이 아팠다. 자신은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귀한 존재가 되어본 적 없는 거 같았다. 이런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까. 나는 정말 사랑을 해본 적이 없을까. 나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뺨에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순간 간호사가 남자를 불렀다.


“어떤 여자분이 면회를 왔어요. 나가보세요.”


그녀는 자신이 차 버린 순이였다. 순이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그때 남자는 순이에게서 후광을 보았다. 그는 곧 퇴원했고 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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