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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ug 28. 2022

스티브 잡스의 생각 훔치기

<스티브 잡스: 더 로스트 인터뷰> 리뷰

 스티브 잡스는 21살에 미국 서부 해안 컴퓨터 전시회에서 애플 II를 선보이며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고 엄청난 부를 거머쥔다. 사람들은 그를 괴짜라고 불렀지만 그는 자신이 괴짜라기보다는 히피라고 생각했다. 나는 스티브 잡스를 인터뷰한 영상, <스티브 잡스: 더 로스트 인터뷰>를 보며 물론 타고난 재능이 한몫했겠지만, 그가 세계적인 천재의 반열에 오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일생은 그가 한 말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우리 둘이 작은 뭔가를 만들어 거대한 걸 통제할 수 있다는 걸요.’ 그는 아이폰이라는 작은 도구로 세계적 혁신을 일으켰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대대적인 연구를 해 본 건 아니어서 내가 이 영상 한 편으로 그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터뷰 영상 한  편 본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진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뷰 영상 내내 그의 말에 깊은 공감을 받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바로 천재의 생각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들은 머리로 받아들이기는 쉬워도 가슴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티브 잡스의 생각법을 실천하는 사람은 다른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한 발 앞선다고 장담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영상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이 왜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원래 그러는 거니까.
아무도 왜 일을 그런 식으로 하는지 모른다. 왜 일을 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직장에서 일하면서 늘 갖는 의문과도 같았다. 모든 일들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처리가 되었다. 왜 이런 식으로 추진되는지, 왜 이렇게 서류 작업이 복잡한지, 간단히 할 일도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하는지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늘 작년에도 그랬으니깐,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하니까란 미명 하에 똑같은 식으로 되풀이되었다. 그러한 것들이 공무원 조직사회에서는 다른 말로 관료주의라고 불리기도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관료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관료주의


관료 정치 아래에 있는 관청이나 사회 집단에서 흔히 나타나는 독특한 행동 양식이나 의식 상태를 비판적으로 이르는 말. 상급자에게는 약하고 하급자에게는 힘을 내세우려 하며, 자기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면서도 독선적인 행동이나 의식을 보이는 따위의 특성을 이른다.     


 이를 비하하는 말로 공무원은 철밥통이니 고인 물이라는 비하하는 표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심시티 게임 속 시장이 되어 도시를 건설하듯 열정적으로 일에 열중하다 보면 관료주의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이후에 우리가 매킨토시 자동화 공장을 설계할 땐 그런 구시대적 관념들을 버렸습니다. 많은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고 정말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사업을 빨리 배워요. 결코 대단한 게 아니에요.     


 많은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 순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은 워라밸을 중시하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일의 밑바탕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과 동시에 직장 일과 관련된 스위치를 꺼버리는 것이 아니라 일과 관련된 다른 경험과 배경을 쌓는 스위치를 켜는 것이다. 이것은 다음의 스티브 잡스의 말을 들으면 이해하기가 쉽다.    

      

그들 제품엔 영혼이 없어요. 깨달음을 주는 영혼이 없죠.
소비자들 대부분도 그런 영혼이 없다는 게 슬퍼요.
하지만 우리 제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최고의 것을 취해 널리 퍼뜨려 모든 사람이 그것과 함께 성장하고 그 좋은 것들의 절묘함을 알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의 제품에서 통찰과 창의성을 볼 수 없어서 서글퍼요.     

감각의 문제입니다. 감각의 문제로 귀결되죠. 인류가 이룩한 최고의 것을 대면하고 그것을 지금 하는 것에 결합시켜야 해요. 피카소가 이런 말을 했죠.
'좋은 화가는 베끼고 훌륭한 화가는 훔친다’고요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어요. 전 매킨토시를 훌륭하게 만든 데엔 음악가, 시인, 화가, 동물학자, 역사학자 등 함께 고민하면서 우연히 최고의 컴퓨터 과학자가 된 이들의 공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과학이 없었더라면 다른 분야들에서 훌륭한 일들을 하고 있겠지만 말이죠. 그들이 들여놓은 것은 아주 인문학적인 분위기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본 최고의 것들을 이 분야에 접목하는 인문학적 태도죠. 생각이 편협한 사람은 그걸 얻을 수 없어요.     

 내가 하는 일과 세상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분리해서 사고하면 독단적이고 편협해질 수 있지만 다양한 것들을 배경지식으로 쌓고 융합하고 결합하면 새로운 관점을 지닐 수 있고 창조성과도 직결된다. 스티브 잡스는 이것은 ‘영혼’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물을 개개의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모든 것이 연결된 살아있는 유기체로 바라보고 숨결과 감동을 불어넣는 일, 그리하면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도 독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퇴근 후에 정말 다양한 것들을 배운다. 일에서 벗어나 완전히 취미생활에 전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편으로 이 모든 것들이 내 직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임을 믿는다.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언젠가 직접 동요를 작곡해서 음악 시간에 함께 아이들과 불러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하고, 바느질을 배우는 것은 손재주가 다소 부족한 아이들에게 좀 더 쉽게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게 해 준다. 춤을 배우는 것은 신체운동 지능이 발달한 아이들의 재능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 또한 언어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최상의 것을 배우고 내 일에 접목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일에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무엇 What을 하는 가보다 어떻게 how가 중요하다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 일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면 스티브 잡스 못지않은 업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설사 그러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세상에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일에 진심으로 전력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다음 말을 기억하며 매 순간 진심을 다하자.     


"똑같이 평범한 돌들이 서로 이렇게 부딪히면서 마찰을 만들고 소음을 내다가 그렇게 아름다운 돌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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