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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01. 2022

단편적인 이야기의 위험성

The danger of a single story | TED 리뷰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테드 영상을 봤다. 주제는 <단편적인 이야기의 위험성>. 편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편견과 차별, 혐오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꾸준한 치료를 받고 있는 입장에서 매우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을 학벌이나 직업, 사는 곳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다시 그에 목매는 건 그런 본질을 외면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중시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일 것이다. 네로가 가난과 고아라는 차별에 결국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안타까워했지만, 여전히 현실은 그러한 편견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사람들은 한 가지 이야기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소비하려 든다. 마치 우리가 조선족은 다 어떠하다, 난민은 다 어떠하다라고 말하는 식의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어느 동네에 사는 사람은 어떻고, 부모님이 하시는 일이 무엇이면 어떠하고, 외모나 생김새나 성격이 어떠하면 어떠하다는 식이다. 우리는 다양한 파장의 스펙트럼이라는 체를 걸러 나만의 무지갯빛 개성을 나타내는 존재인데,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A이면 B일 것이다.’ 아니면 ‘C가 아니면 D일 것이다’라는 식으로 하나의 좁은 깔때기만 통과한 존재로 바라본다. 그런 태도야말로 가장 무차별적인 폭력이며 억압인데도 그러한 폭격을 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당하고 떳떳하며 상대방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는 편견과 차별로 마구 두들겨 맞는 사람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왜 그렇게 바라보지?’ 억울해지기 시작하고 원망의 하소연을 내뱉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이제 그 익명의 가해자들은 억울한 하소연을 듣고 또다시 그것을 근거 삼아 자신의 무지와 폭력을 정당화한다. 강대국의 식민지 침략의 논리가 그렇고, 왕따 가해자들의 논리가 그렇다.


 나는 수능 언어영역에서 전국 1%의 성적을 거둘 만큼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졸업연주회에서는 슈베르트의 즉흥곡 4번을 연주했다. 스물세 살 때부터 일을 시작해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원 없이 해봤다. 부모님은 물론 누구에게도 기댄 적도 손을 벌린 적도 없다. 그런데 이런 나를, 나를 지독하게 따돌린 대학 동기들은 ‘아무것도 잘하는 것도 없고, 민폐만 끼치는 캐릭터’라고 소문을 내고 다니더라.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 눈물만 났다. 내가 숨죽여 산 건, 대학 1학년 때부터 따돌림을 당해 위축되어있었고, 내가 신문사에 기사가 실리고 공모전에 당선되었을 때마다 축하는커녕 꽁꽁 숨기자고 말한 건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여럿이 한 집에 같이 살 때도 아무도 컴퓨터가 없어서 모두가 내 컴퓨터를 쓰느라 언제나 내 사생활은 오픈되어야만 했고, 이제는 그렇게 훔쳐본 사생활로 유언비어를 날조해 나를 왕따 시키고 매장시켜놓고도 여전히 기세 등등하니 멀쩡히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게 나 스스로 대견할 정도이다.  


 내가 단지 고립된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들 말만 듣고 나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들도 똑같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영상에서 치마만다 은고지 아다치에는 “아프리카 남자들은 다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른다면서요?”라는 말을 듣고 “저는 얼마 전에 ‘아메리칸 사이코’라는 영화를 봤어요.”라고 맞받아쳤다고 하니 내가 다 고소해서 웃음이 났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도 나왔듯이 사람들이 은연중에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우리는 얼마만큼 자신의 편견과 차별을 의식하고 있는지 자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내가 받은 피해 못지않게 나는 또 다른 누구에게 차별적인 시선을 건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겠다. 단편적인 이야기는 매스컴에서, 이웃과의 수다 속에서, 우리가 읽는 동화 속에서도 계속 은연중에 불합리한 메시지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늘 깨어있고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진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https://youtu.be/D9Ihs241zeg The danger of a single story |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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