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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08. 2022

당신의 아픈 마음, 우리가 말려줄게요

뮤지컬 <빨래>의 음악들

 소극장 뮤지컬 중에 나에게 각별한 뮤지컬 ‘빨래’. 그것은 내가 뮤지컬 동호회에 가입하여 공연을 준비하며 연습했었기 때문이다. 스물아홉 봄, 나는 뮤지컬 ‘빨래’ 오디션을 보기 위해 서울의 한 연습실을 찾았다. 잠시 기다린 후, 나는 더클래식의 ‘마법의 성’을 불렀고 얼마 뒤 서점 직원 ‘김지숙 역’에 낙점됐다. 이 뮤지컬 넘버 중 가장 많이 연습한 것이 ‘서울살이 몇 핸가요?’였는데 지금도 다시 듣고 있으면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서울에 실제로 산 것은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 근교에 살면서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넘는 시간을 매번 지하철이나 버스로 왕복하면서 뮤지컬 ‘빨래’가 그리고자 했던 삶의 애환과 고이 간직한 꿈들이 아련하게 가슴에 남았기 때문이다.    

 

 나는 공연을 올리기 직전에 마음의 병이 심해져 정신건강의학과 낮병동에 입원을 했고 결국 연습을 다 해놓고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다.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슬프고 아쉬움이 남는다.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서 일방적으로 하차한 꼴이 되어서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처음 뮤지컬 동호회에 가입하고 활동할 때만 해도 새로운 도전으로 벅차오르던 마음이, 어느새 내가 줄곧 연습하던 노래 가사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다시금 추억을 되새기며 음악을 듣노라니 ‘당신의 아픈 마음 우리가 말려줄게요.’라는 가사가 위로가 된다. 내가 너무 철 모르게 내 행복만을 생각하면서 살아서 삶이 내게 이런 시련을 준 걸까? 앞만 보며 달려온 내가 다른 사람도 돌아보라고 이런 시련을 주신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 <빨래>에는 힘든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내가 배역을 맡았던 서점 직원 김지숙은 부당해고를 당하는 인물로 나온다. 또한 주인공 나영이와 솔롱고, 희정 엄마, 주인 할매 등 참 많은 아픔을 간직한 인물들이 나온다. 저마다 소외된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상처를 어루만지고 무지갯빛 꿈을 꾸게 만든다. 그것이 뮤지컬 <빨래>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일 것이다. 억울하고 힘든 사연을 간직한 인물들이 서로에게 어깨를 내주고 끈끈한 결속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다. 희정 엄마와 주인 할매가 나영이에게 건네는 ‘빨래가 제 몸을 바람에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네 눈물도 마를 거야 자 힘을 내’라는 가사가 마음을 너무나 부드럽게 위로해주지 않는가. 정말 뮤지컬 <빨래>의 넘버는 한 곡 한 곡이 다 주옥같다.     


 슬플 땐 빨래를 한다는 뮤지컬 속 인물들처럼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슬픔 속에 잠겨있을 때 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가 음악을 듣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지금 뮤지컬 빨래의 넘버 ‘서울살이 몇 핸가요’, ‘슬플 땐 빨래를 해’, ‘한걸음 두 걸음’, ‘참 예뻐요’ 등을 들으며 다시금 추억에 빠지며 위로를 받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꿈을 꾼다. 비록, 7년 전에는 아픈 내 마음으로 인해 무대에는 못 올라갔지만, 다시 또 다른 뮤지컬로 무대에서 멋지게 노래와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렇게 내 버킷리스트를 또 하나 달성하고 싶다. 그날은 내 상처와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는 날이지 않을까? 



https://youtu.be/uskWsTaXgBg  <방구석 콘서트> 서울살이 몇 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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