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신도림역의 비둘기
신도림역에 올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어쩌다 일이 생기면
2호선 열차를 타고 신도림역에 내린다
오랜만에 방문해도 늘 한결같은 신도림 역 앞 공원
그곳에서 난 늘 수많은 검은색 비둘기를 맞이한다
도시의 불청객 취급받는 검은색 비둘기는
분노와 우울과 좌절로 상처받은 젊은 방문객을 위로한다
이 더운 날 여전히 공원을 드나드는 여린 날갯죽지와 발걸음이
차디찬 현실에 지쳐가는 이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가끔 보이는 평화의 상징 흰 비둘기가 한 둘 나타날 때
검으나 희나 서로 배척하지 않고 어울리는 저 비둘기처럼
사람도 그럴 순 없는 걸까?
한낮의 고요는 어지럽던 마음을 가라앉힌다
신도림역에 내 삭막한 마음을 놓고 간다
고마워 신도림역의 비둘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