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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선지자가 아닙니다.

좋은 교사 되기

by 루비


학교에 재직하는 동안 참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격려와 많은 사랑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 조금만 손해가 갈 것 같거나 의견이 상충하면 바로 공격 태세로 전환하여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도 많이 겪었다. 욕설, 폭언, 무리한 요구, 비아냥, 조롱, 신세한탄 등등.


세상 사람들은 교사에게 고매한 성직자의 모습을 요구한다. 교사는 성직자관, 노동관, 전문직관으로 나뉘는 교직관에 따라 자신의 직업을 성찰하기도 한다. 성직자관은, 교사는 높은 윤리적 덕목이 요구되며 물질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과 거리를 두며 사랑과 헌신으로 교직활동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과거 전통사회를 배경으로 형성된 것으로 현대 사회와는 맞지 않다는 비판적 관점도 있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의 대부분 사람들은 성직자관에 비추어 교사를 맹렬히 비난한다.


그래서인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명예퇴직하는 선생님들도 많고 일찌감치 이직을 꿈꾸는 젊은 교사들도 많다. 외부의 시선은 방학도 있고, 연금도 있고, 얼마나 편한 직업이냐 하며 시샘 반 질시 반으로 야유를 보내지만 당사자가 되지 않고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고충과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밖에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며 교사는 1년 365일 쉬지 않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는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무리한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람들, 모든 민원과 불만과 폭언에도 힘듦을 토로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 정말 각양각색의 인간군상에 진절머리가 난다.


다 같이 어렵고 힘든 시절에는 마을의 교사가 교육 수준도 제일 높고 인생의 선지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가 달라졌다. 학생, 학부모 너나 할 거 없이 언제 어디서든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널렸으며 경제적 수준 및 격차 또한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교사에게 모든 짐을 부과하기에는 세상에는 날고 기는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런 사회에서 교사의 위상과 역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교사를 동네의 샌드백쯤으로 취급하고 쌓아두었던 울분을 토하며 괴롭힐 것이 아니라 수천만 국민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교사인 그도 그녀도 직업인 중의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다만, 유능하고 좋은 교사의 차별화된 지점은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에서 얼마나 많은 학식과 능력을 겸비하고 친절하고 상냥한 태도로 진실한 관계를 맺어나가느냐에 달려있다. 단순히 모든 무례함과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고 참아주는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명확한 한계선 안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현명한 처신도 중요하지만, 교사를 만나는 모든 각계각층 사람들의 예의와 합리성도 요구된다.


교사는 선지자도 성직자도 성인군자도 아니다.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교육자로서 그들의 일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스스로도 또한 주변 사람들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 언행을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나라 교육도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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