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주일 동안 밤을 새워서 게임하겠다는 학생

공감의 중요성

by 루비

작년에는 나를 무척 힘들게 한 학생이 있었다. 물론 그 학생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학생은 우리 반에 지정된 시간에 오는 특별학급 학생이었는데 원적학급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학생을 위해서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그 아이만을 위한 특별한 수업을 계획하기도 했다. 교우관계 문제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특히 고학년 학생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선생님에게 일러바쳤다는 생각이 들면 더욱 교묘하게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었고, <세계시민교육>이라는 수업을 계획해서 티 나지 않게 학생들 간의 관계 문제를 파악하고자 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친 문제상황이 도깨비방망이 휘두르듯 뚝딱 단 번에 해결될 수는 없고, 이 학생은 여러 가지 정서문제를 함께 지니고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집에서 밤을 새워서 게임을 하고 학교에서는 매일 엎드려 자는 것이었다. 하루는 그 정도가 심해서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이번 주에 엄마가 집에 안 계셔서요. 일주일 동안 밤새서 게임을 할 거예요. 에너지 드링크를 먹으면서요."


나는 단 번에 훈계하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럼 건강에 얼마나 나쁜데..."

"유튜버 중에도 밤새워서 게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구독자 수도 늘릴 수 있어요."


"휴..."


한숨을 쉬면서 절대 안 된다고 말했고, 며칠 뒤에는 밤을 새우는 것이 얼마나 나쁜지, 요목조목 기사문까지 찾아와서 학생에게 보여줬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매정한 교사로 비쳤을까 싶었다.


만약,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 맘껏 밤을 새워서 게임을 해봐. 눈꺼풀이 저절로 감기는 순간이 올 때까지... 네가 하고 싶은 만큼 게임을 실컷 해봐. 그만큼 네가 많이 힘들구나?"


학생의 말을 제지하고 논박할 게 아니라 그런 계획과 말의 이면에 담긴 숨긴 뜻을 알아차렸어야 했다는 걸, 이제 와서 다시금 깨닫는다. 아이들은, 특히 이 학생처럼 14살쯤 되는 아이라면, 내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옳은 일, 잘못된 일은 분간할 수 있다. 건강에 나쁘다는 것쯤도 당연히 안다. 다만, 그 학생은 그 정도로, 밤새워서 게임을 할 만큼, 학업에 전념하기 힘들 만큼, 마음이 공허했던 것이다. 그런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혹시나 학생이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제지부터 한 나의 어리숙함에 후회의 감정이 든다.


그때 그 학생의 마음에 공감해 주고 적극 지지했으면 자신이 마음을 읽어준다는 생각에 학생은 아마 이렇게 대답했을지 모른다.


"선생님, 그런데 사실, 건강에 나쁘긴 하죠. 꼭 밤을 새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