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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을 다룬 동시집

동시집 <우산 속 둘이서> 분석

by 루비


동시집 <우산 속 둘이서> 분석


이 동시집을 고르게 된 이유는 우정에 관한 동시집이라는 소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다지고 또는 헤어지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우정은 어떻게 묘사가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동시집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우정만 다룬 시집이 아니었다. 이 동시집의 저자 장승련 시인은 제주도 태생이라고 하는데, 4부에서는 제주도에서의 일상을 많이 그렸으며 앞에 1부, 2부, 3부에서도 우정뿐만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고 그 속에서 느끼는 정서와 일상도 많이 그리고 있다.


나는 우선 표제작 <우산 속 둘이서>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 시를 감상하면 누군가와 함께 우산을 나란히 나눠들고 길을 가던 순간이 떠오른다. 둘이서 하나를 나눠 쓰기에 어깨 가장자리는 비에 젖을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을 비가 시샘한다고 표현한 점이 귀엽고 재밌다. 또한 우산 속에서 나눈 이야기를 비가 도도 도도 다 듣는다고 말한 점이 마치 빗소리마저 우리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데 그것이 마치 노랫소리처럼 들린다고 표현한 것 같아서 신선하고 재밌다. 비 오는 날의 정경에서 우정을 생각해내고 시로 노래한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로 고른 좋은 시는 <친구가 보고 싶은 날>이다.



시인이 친구가 보고 싶은 마음을 밤하늘에 떠있는 별에 감정이입한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요즈음에는 도시에서 별을 찾아보기가 힘든데 어린 시절 별을 보며 헤아렸던 마음이 떠오르는 시였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이 시를 음미해보니 별에게 말을 건네며 공감을 토로하는 시적 화자가 무척이나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로 보였다. 꾸중을 들어서 서글프고 서러운 마음을 별에게 하소연하고 그 별에게서 친구를 보고 싶은 마음을 끌어내는 것이 무척 예쁘게 보였다. 그렇게 멀리서만 빛나던 별이 마을로 스며드는 장면은 아이가 별에 감정이입하는 마음이 극대화되는 장면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이 아이의 친구가 보고 싶은 깊고 그윽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랑스러운 시라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로 고른 좋은 시는 <말하지 않아도>이다.


이 시를 읽으면 2016년에 맡았던 1학년 아이들과 학교 안에서 봄꽃나들이를 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그 때 막 활짝 피어난 꽃봉오리들을 보며 단체 사진도 찍고 봄의 정경에 맘껏 취해보는 호사를 누렸었다. 이 시를 읽으니 거기다 더해 봄이 꽃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더 나아가 엄마, 가족, 친구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시 세계를 확장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서운 꽃샘바람이 불어와도 한 오라기 햇살과 함께 목련 편이 되어주는 봄과 엄한 눈빛을 보이며 꾸중을 해도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한 웃음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엄마가 대구를 이뤄 정서적 충만감을 안겨준다. 시를 통해 혼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던 아이도 든든한 내 편이 생겼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또한 이 시를 읽으며 차가운 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전해짐을 느꼈다. 시어와 이미지도 예쁘지만 시적 정서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시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반해 이 동시집에서 별로라고 생각되는 시도 두 편이 있다. 먼저 <새벽길에>를 꼽고 싶다.



나는 이 시의 전반부에서 그려지는 캄캄하면서도 은은한 새벽 풍경은 마음에 들었다. 이 동시집에서 자주 쓰이는 아기자기한 시어, 별, 북극성, 반짝거리다, 포근하다, 은은하다가 주는 이미지와 느낌도 좋았다. 다만 이 시에서는 앞에 내가 고른 좋았던 세 개의 시에서 찾을 수 있었던 시가 주는 깊이 있는 울림이나 의미를 찾기가 힘들었다. 단지 아름다운 새벽 풍경을 묘사한 것에 그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연에 별처럼 아름다운 마음, 별처럼 고운 눈빛이란 시어도 지나치게 예쁘게 보이려고 추구하는 걸로 느껴졌다. 요약하자면 시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아름다우나 어떤 깊은 메시지를 찾기 힘들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미흡하다고 고른 시는 <파도>이다.


이 시는 파도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파도의 이미지보다는 파도의 상징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동어 반복으로 시적 운율을 살리고자 했지만 어딘가 건조하고 식상하다. 아름다운 시어도 없고, 평이한 말들의 나열로 시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에 빗대어 표현하고자 했지만, 딱 거기까지, 감동을 자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에 끝없는 다짐에 거품만 인다고 표현한 점이 그나마 이 시의 맛을 살려내는 조금만 힘이었다고 본다.


장승련의 이 동시집 <우산 속 둘이서>는 감각적인 시어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소재들을 많이 가지고 와 어린이다운 동심과 낭만의 세계를 잘 표현했다고 본다. ‘동박새’, ‘사피니어’, ‘쥐며느리’, ‘겟메꽃’ 이런 낯선 시어들을 하나하나 사전을 찾아보며 탐색해보는 재미도 줄만큼 이 시집의 세계는 새롭고 신선했다. 저자의 말에도 적혀 있듯이 이 시인이 제주도라는 푸른 섬에서 나고 자라 늘 시골환경,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경험이 독특한 시 세계를 창조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이 시집을 읽고 있으면 도시의 공해에 찌든 마음이 체에 걸러져 맑고 투명해지리라는 기대를 한껏 품게 된다. 이 부분이 바로 이 시집이 갖고 있는 핵심이 아닌가 싶다. 시를 읽고 있는 독자의 마음도 시처럼 아름답고 풍부한 감성의 세계로 이끈다는 점,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점,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점 등.


이 시집 맨 처음에 실린 <어느새>는 교과서에도 실리기도 했다. 이처럼 이 시집은 무엇보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오래오래 사랑받지 않을까라고 기대가 된다. 어른들은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 밤하늘의 별, 미모사 잎, 달맞이꽃, 분꽃, 너도밤나무, 빨래, 물뿌리개, 옥수수, 수선화, 물옥잠, 연잎과 빛방울, 찔레꽃… 이런 자연물, 사물들을 심도 있게 관찰하고 그 속에서 무한한 시적 세계를 끄집어낸 시인의 관찰력과 상상력, 창조력이 놀랍다. 장승련 시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순수한 어린이의 세계다. 이 시집은 바로 우리 동시단에서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시란 바로 어린이의 마음을 노래한 시라는 점, 그 안에서 어린이다운 순수함과 서정성,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비록 오늘날은 스마트폰과 빠른 도시화로 인해 어린이다운 순진무구함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지만,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피듯 어린이다운 동심을 끄집어내기 위해 애쓴 장승련 시인의 이 시집 덕분에 우리 어린이들의 순수성과 동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발굴해내고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의 아름다운 메시지들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스며들어 빛을 발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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