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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과 따돌림]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준다는 것.

내 편이 한 사람만 있어도

by 루비

https://brunch.co.kr/@lizzie0220/489


지난번 글에서, 사와코와 카제하야의 만남에 대해서 소개하였습니다.

오늘은 둘의 대화를 통해 둘의 교류에 대해 좀 더 관찰해 볼게요.

사와코는 음침해 보인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있었고, 교내 야영 대회에서 귀신 역을 맡게 돼요. 몰래 귀신 역할을 하던 중 카제하야와 부딪히게 되죠.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귀신 역을 하고 있었어.”

“아, 놀라라. 미리 좀 말해주지. 이러면 주최자인 내 입장이 뭐가 되냐? 네가 안 온 줄 알았잖아.”

“미리 말하면 네가 귀신에 놀라는 재미를 빼앗게 되잖아.”

“뭐. 아 너도 참. 혼자서 여기 있는 거 안 무서웠어?”

“난 밤을 되게 좋아하거든. 특히 여름밤은 더 좋아. 공기랑 풀냄새,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벌레 소리 같은 게.”

“아, 여기 있으니까 좋다. 나도 여기 같이 있어도 돼?”


사와코는 배려심이 정말 깊은 소녀다. 귀신에 놀라는 재미를 뺏길까 봐 미리 말을 안 했다는 말로 사람을 감동하게 만든다. 카제하야는 사와코의 말을 듣고 히죽댄다.


게다가 여름밤을 좋아한다는 이유가 자연을 꽤 사랑하는 소녀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맑고 순수한 요정을 보는 느낌이다. 이런 그녀에게 카제하야는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득 한 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는 밤을 좋아한다는 사와코의 말을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여름밤을 싫어하거나 여름밤에 대한 낭만이나 서정적인 감성을 떠올릴 수 없는 사람들. 어쩌면 재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면서. “안물, 안궁.”


하지만 카제하야는 진심으로 사와코의 말에 귀 기울여주었다. 사와코가 하는 말 한마디 한 마디를 관심 있게 들어준다. 내가 사와코라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


이 장면을 보며 내가 이십 대 중반에 산촌마을에 살던 일들이 떠올랐다. 사와코의 대사처럼, 여름밤공기가 산뜻하고 시원했던,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하던 낭만적인 곳이었다. 밤에는 밤하늘에 별똥별이 우수히 떨어지던 곳. 한 가지 아쉽다면 우리들의 종이남자 친구, 카제하야 같은 사람은 없었다는 것. 하지만, 지나고 보면 힘들었던 시간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도 아름답게 채색되기도 하는 법이니, 나는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힘든 시간들이라도 온몸을 녹여서 나를 내던지면 결국엔 한 송이 민들레꽃을 피우는 법이니깐..


둘이 대화하고 있는데 야노와 치즈가 다가온다.


“사다코”

“야노, 치즈.”

“네가 왜 여기 있냐?”

“야, 너희들 나한테만은 얘기해 줬어야지.”

“아. 보디가드. 너도 오지랖 참 넓다.

“뭐야. 놀리지 마.”

“사다코, 너 오늘 완전 최고로 잘했어. 목마르지. 마셔.”


“고마워. “정말 좋은 애들이야.”

“너도 드디어 친한 애들이 생겼구나. 다행이다.”

“뭐? 친해졌다고? 내가? 카제하야. 네 덕분이야.”

“뭐? 내가 뭘 했다고?”

“내가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던 건 전부다 네 덕분이야. 귀신 역할을 한 건 정말 잘했어.”

“너는 참 밟은 성격인 것 같아.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다고? 내가? 그런 말을 들을 건 난생처음이야.”


카제하야는 늘 겉돌고 외톨이였던 사와코가 안쓰러웠던 것 같다. 그런 사와코에게 친절히 대해주는 야노와 치즈를 보며 친구가 생긴 것 같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해준다. 그런 카제하야의 반응에 사다코 또한 솔직한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내비친다. 그러자 또다시 카제하야는 사와코를 매사에 긍정적이라며 칭찬한다. 그리고 또다시 사와코는 카제하야에게 그런 말을 들은 건 난생처음이라며 카제하야의 말에 고마워하고 기뻐한다. 둘이 서로에 대한 호감이 너무 강한 것 같기도 하고, 서로를 대하는 마음이 너무 따스하고 뭉클하다. 어떻게 이렇게 서로를 상냥하게 대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둘의 알콩달콩 로맨스에 이 애니메이션이 일본에서 대히트를 쳤나 보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마.”

“미미미미미미. 미안해. 내가 흥분해서 깜박했어. 앞으로는 3초 이상 눈이 안 마주치게 조심할게. 하지만 불행을 안겨다 준다는 건....”

“그런 게 아니라 부끄럽잖아. 쑥스럽고.”

'어.... 갑자기 말을 안 하니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마음속이 뒤죽박죽이야. 마치 이제 막 태어난 애처럼 모든 느낌이 새로워. 카제하야를 만나면서 난 처음 경험한 게 많아졌어. 카제하야. 내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워.'


이때부터 이미 카제하야는 사와코에게 호감을 맘껏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와코는 그런 카제하야로 인해 낯선 감정과 마주하죠. 모든 게 처음이라며 내 앞에 나타나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사와코. 카제하야와 사와코의 해피엔딩이 뻔하게 그려지지만, 아직은 서먹서먹한 두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가고 매듭지을지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사와코는 이제 전처럼 마냥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왜냐면 사와코에게는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한 사람, 카제하야가 있으니깐요. 카제하야 덕분에 야노와 치즈와도 가까워졌고, 조금씩 자신의 편을 늘려가겠죠? 사와코의 든든한 편이 되어준 카제하야, 정말 듬직합니다. 현실에도 이런 남자가 있을까요?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