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메라의 <사귐의 기술>
니콜라 메라의 <사귐의 기술>은 순전히 내향적인 집순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더해서 사회불안증까지 안고 있다면, 정말 이 책은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시골인 오베른에서 자라다가 도시인 파리로 이사한 후 사회가 편안한 곳이 아님을 깨닫고, 사회 불안증에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고 책날개에 소개되어 있다. 나는 문득 내 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군 지역의 변두리 중학교에서 중학생 시절을 보내다가 고입 시험을 치르고 서울 근교의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는데, 이때 내가 보낸 시절은 마치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라는 시를 떠올리게 한다. 부푼 꿈을 알고 날아간 곳이 위험으로 가득한,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차가움의 세계인 것만 같은 느낌...
나처럼 이렇게 많은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한 내향인들도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며 책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저자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엿보이는 문체가 책을 읽는 즐거움까지 안겨주기 때문이다. 169쪽에 <가능한 빨리 익혀야 할 회사 필수 용어>는 마치 인터넷에 떠도는 회사유머처럼 배꼽을 잡게 했다. 그중 ‘회계팀’이라는 용어는 ‘자산과 부채의 집합소이자 총합산된 지루함이 판을 치는 무법지대’라고 풀이되어 있고, ‘재능’은 ‘마케팅과 채용 기능이 합쳐서 생긴 말. '육아 휴직 대체 인력을 구합니다'라고 하지 않고 '재능 있는 인재를 모십니다'라고 말한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 외에도 신박한 표현이 많이 있다.
이 책은 사회적 교류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 한 예로 118쪽에서는 <성공적인 대화를 보장하는 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뭔가요?”/“생각하는 이상적인 직업이 있나요?”/“가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학교 다닐 때 무슨 과목 좋아했어요?”/“무인도에 책 한 권만 가져간다면 무슨 책을 고를래요?”/“동물이 된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어요?” 등. 반대로 너무 정치적이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는 피하라고 되어있다.
일상에서의 대화뿐만 아니라, 친구 집에 초대되어 갔을 때, 직장 면접 시 애티튜드 및 대화기술, 기타 화법에 관한 내용도 자세하게 담겨 있어 실전에서 써먹을 유용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다. 나는 그중 174쪽의 직장 괴롭힘의 희생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메모해 두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면 제대로 손써보지도 못하고 당황만 하다가 당하기 십상인데 차근차근 대처하여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해야겠다. 또한, 167쪽의 '친근함을 유지하면서도 거리를 지키는 기술'에서는 "남은 하루도 잘 보내세요!"라고 말하기보다, "남은 하루 잘 보내고 내일 회사에서 만나요!"라는 표현을 권장하여 조금 더 친근하면서도 세련된 대화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의 서두에도 나와있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대면보다 비대면, SNS에서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꾸미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많은 비용이 드는 대면 모임보다 점차 SNS 앱이나 채팅방에서 간단히 안부를 묻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귐의 기술을 터득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대면만남의 기회가 줄어들수록 우리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서로에게 더욱 편안하고 매력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으며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된다면 우리의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책 한 권 읽는다고 얼마나 바뀔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지만은, 책 한 권을 쓰는 건 저자의 인생이 한 권에 압축적으로 요약되는 정수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 정수를 단 몇 시간 만에 책 한 권을 통해서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귐의 기술>이란 책을 통해서 많은 집에만 칩거하는 사회불안을 앓고 있는 이들, 내향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사람들과의 만남의 장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