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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pr 28. 2023

가장 비참하고 슬픈 시간에서의 깨달음

<열매와 은사>를 읽고



가장 비참하고 슬픈 시간에서의 깨달음

<열매와 은사>를 읽고


“성령으로 저를 채우소서. 저는 어떻게 구해야 할 바를 모르나이다. 그래서 단지 여기서 기다리면서 당신께서 제 안에서 기도하기를 청하나이다. 당신께서 주시고자 하는 최고의 선물, 당신의 성령을 청하나이다.”

본문 57쪽


나는 교회를 다닐 때도 그리고 천주교로 개종한 지금도 성당을 열심히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인생에서 그렇게 크나큰 시련을 겪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홀로코스트나 킬링필드에 비하면 내가 겪은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는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더 강인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는 무언가 이루겠다는 소망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대로 살아왔다. 나는 뮤지컬과 음악을 좋아했고, 소설을 탐독했고, 전시회 가는 것을 즐겼다. 다만 소비하는 입장에 가까웠고 무언가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감히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내가 힘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내가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함을 느꼈다. 사실 단지 내 억울함을 풀기 위한 방편으로 소설 쓰기를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한 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글쓰기, 더 나아가 예술 창작으로 나의 관심사를 확장했다.


처음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던 일은 실제적으로 실패였고, 또 실패라고 생각했던 일은 성령으로 축복받은 사명의 시작이 되어 훨씬 더 큰 성과를 거두게 된다. 오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본문 119쪽


나는 두 편의 짧은 동화를 세상에 내놓았고, 에세이집을 펴냈고, 앞으로 출간예정인 책도 있고, 언젠가는 소설도 쓰고 작곡도 하고 그림도 전문적으로 그리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시련 속에서 발견한 나의 재능이었다.


물론 나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앞서가는 전문가에 비하면 실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내가 글쓰기와 예술에 자신감을 갖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내가 겪은 시련과 불행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창작 활동으로부터 나는 치유받을 수 있었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마태 5,4)



나는 아직 신앙심이 깊지 못하다. 아직 이해되지 않는 일들도 많다. 서두에도 적었던 홀로코스트나 킬링필드, 제주 4.3 사건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의 아픔을 보면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렴풋이 느껴지는 믿음이 있다. 무언가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힘이 있다는 것, 나를 정해진 운명으로 이끄는 빛이 있다는 점 말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태 5,8)


과학자들은 결정론과 자유의지 사이에서 끝없이 논쟁을 펼치기도 한다. 일개 시민인 나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매 순간 겸손한 자세로 나에게 주어진 성령의 열매와 은사를 기억해야겠다는 점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내 곁에는 언제나 하느님이 현존하심을 믿으며 진실되게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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