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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pr 05. 2023

가슴이 답답할 땐 거꾸로 생각해 봐요

거꾸로 나라

  

거꾸로 나라

 

여기가 거꾸로 나라라면 재미있을 거야

부자가 가난뱅이고

돈 한 푼 없는 사람이 엄청난 부자야

도둑놈이 들어오면

'손 들어' 하지 않고

'발 들어' 해서

엉덩방아를 찧겠지

그리고 도둑놈이 돈을 줄 거야    



 

 일본의 초등학생이 지은 시인데, 귀여운 발상에 웃음이 난다. 진짜로 온 세상이 거꾸로 나라처럼 된다면 어떨까? 오늘 아침 출근길에 길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과 청소차를 봤다. 문득 내가 저 청소차에 매달려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면 어떨까란 생각에 잠겼다. 비위가 약해서 헛구역질을 잘하는 나는 정말 많이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미화원 분들은 정말 우리를 위해 좋은 일을 하시는 훌륭한 분들이란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벌칙으로 화장실 청소나 교무실 청소 같은 것을 시키기도 했는데 요새 학교에서 학생들이 청소하는 일은 거의 없다. 더더구나 벌 청소는 교육상 청소에 대한 안 좋은 가치관이 형성될 우려가 있어서 전혀 시키지도 않는다. 나도 청소하는 게 조금 귀찮고 힘들 때도 있지만 집안의 창문을 모두 열고 청소를 하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면 길거리 청소자체가 힘들기보다 쓰레기를 모아놓은 것을 본다는 것 자체가 힘든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할 때도 꽤 많이 힘겨운 걸 보면... 어찌 되었든 나는 화이트칼라로 일하고 있지만, 블루칼라로 일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또 어떤 거꾸로를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오늘 아침에 성남시의 교각 붕괴 뉴스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인명 피해가 있었기에 더욱 참담했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지 한숨이 나왔다. 사고를 보도하는 뉴스 다음으로 원인 분석은 나오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안일한 업무처리가 이런 불상사를 불러온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개미나 벌들은 역할 분담이 잘 되어있고 조직적으로 일을 한다고 한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곤충이나 동물보다 못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자연에서 과학적 원리를 이끌어내는 경우도 꽤 있으니, 우리가 거꾸로 자연이나 동물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예로 나는 박웅현의 <여덟 단어>라는 책 중 ‘현재’ 챕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현재’ 챕터에 개처럼 살자는 대목이 나오는데 개는 정말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는 점이 배울 점이 많아 보였다. 늘 걱정을 이고 사는 사람들에게는(나포함) 현재에 집중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력해 보아야겠다.


 그리고 나는 가끔은 거꾸로 시간을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영화 <어바웃 타임> 속 도널 글리슨처럼 시간 여행을 한 후, 나의 전공을 바꾸는 상상을 한다. 내가 교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하지만 그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한탄이나 후회라기보다 앞으로의 미래를 대비하는 가상 시뮬레이션 같은 것이다. 과거에 점점이 살아온 내 인생이 있어서 현재가 있듯이, 살아보지 못한 과거를 현재, 그리고 앞으로 점점이 이루어낼 내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거니깐. 이렇게 내 인생을 거꾸로 더듬어 가다 보면, 나의 결핍이 무엇이고, 내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나에게 최적의 환경은 무엇인지 가늠이 된다. ‘거꾸로’라는 단어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거꾸로 마음을 쏟고 싶다. 누군가로 인해 화가 날 때에는, 거꾸로 그 사람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를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고마울 때는, 거꾸로 내가 그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싶다. 그건 결국 ‘사랑’이 아닐까? 그리고 마침내 창작동요 <꼭 안아 줄래요> 노랫말처럼 모두가 서로의 결점과 실수와 아픔을 감싸 안고 미움을 사랑으로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곳은 미움과 배척과 혐오로 얼룩졌던 세상에서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거꾸로 세상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c_pvF2dg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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